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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건강

미국산 소고기를 앞에 두고

by 컴속의 나 2008. 8. 31.


미국산 소고기를 앞에 두고




아래 인터넷 기사를 읽은 지가 20일이 다 되어 간다. 철지나 버린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하는 편이 적합할 것이다. MB가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 (촛불) 시위자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먹지 않을까 싶다" 고 한 발언에 대해 그 대답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합뉴스 인터넷판 캡처화면



나는 촛불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발언에 대해 많은 충격과 함께 모욕감을 받았다. 촛불 시위를 마음으로 지원한 사람으로서 위선자라는 말과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단순할 수 있는가 하고 치를 떨었다. MB의 실용주의라는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상대를 철저하게 위선적인 인간들로 만들어 버리는 것! 소고기 값이 싸지고 소비자들이 소고기를 값싸게 먹으면 신념이나 가치나 삶의 태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실용주의라는 것이로구나! 간단히 말하면, 앞 뒤 가릴 것 없이, 복잡한 생각따위 하지 말고 먹어라는 식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MB 자신이 그토록 주장하는 실용주의와도 어떤 의미에서는 모순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나에게 MB의 발언은 모욕감 그 자체였다.
 

그러나 나는 미국산 소고기를 아직 먹지는 않고 있지만(이것은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모르는 가운데 음식물에 미국산 소고기가 재료로 섞여들어 있을 테니까), 만약 미국산 소고기가 당장 나의 앞에 있다면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갈등 없이 그저 값이 싸서 최고라는 실용주의적인 생각만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맛있게 먹기만 할 것인가 하고 자문했다.  답은 분명히 아니오이다. 아무리 깞싸고 질이 좋고 맛이 있다고 하더라도 먹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 때, 비록 어쩔 수 없이 먹는다 하더라도 그 먹는다는 말은 간단치가 않다. 심리적으로, 건강과 관련하여, 미래에 대한 가정으로, 어쩌면 분노가 그 먹는다는 행위에 응어리 질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팀 랭(Tim Lang)과 마이클 헤즈먼(Michael Heasman) 공저인 <식품 전쟁 Food Wars>이란 책은 광우병 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해 모르고 있는 사실들을 상기시켜주었다. 또한 대통령은 광우병 만이 아니라 모든 조건들, 이를테면 국민의 건강, 위생, 미래의 식품정책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발언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MB는 철저하게 미국의 공급자들인 미국육류협회를 두둔하는 발언만을 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단순히 '값싸다'는 경제적인 혜택(?)을 누려라는 식이었고 이걸 실용주의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이것은 공급자 중심의 식품 정책에서 소비자 식품정책으로 나아가는 전세계적인 조류와도 맞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소비자를 배려한다는 것이 고작 '값싸다' 는 이유 하나로 한정할  수 있는 것일까?

<식품 전쟁>에서 식품 제조업자들(공급자들)이 사람들의 건강을 도외시하고 얼마나 상업적인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식품 제조업자들은 국가적 식단 가이드라인 도입을 망설여왔다. 예를 들어, 미국 농무부(US Deartment of Agriculture, USDA)는 '가축에게서 얻은 식품의 소비를 강조' 하는 식단을 시종일관 장려해 왔는데, 육류 제조업체와 유제품 제조 업체가 로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1992년에 개정된 가이드라인인 '미국 식품 가이드 피라미드' 는 육류를 적게 먹으라고 제안했다. 상업 단체들은 공중위생국에서 주장한 식단 조언을 무너뜨리느라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 한편 농무부의 생산주의 성향을 강하게 지지했다." (pp.133-134)


검역주권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내의 식단 가이드 라인 마저도 무시하고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제조업체들에 대해 MB는 비판적이고, 공공 위생적이고, 질병 예방의 차원에서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하는 것이다. 육류 공급에 단지 ' 값싸다' 는 생각만을 하면서 실용주의라는 하는 태도는 너무나도 서글픈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되어 값싸게 먹는 혜태을 누리는 것이 실용주의일까? 그것이 실용주의가 아니라는 증거들은 <식품전쟁>에서 수도 없이 많이 발견된다. 값싸게 먹고 난 뒤에 파생되는 심리적, 사회적인 비용은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2001년에 WHO가 설립한 거시 경제 및 건강 위원회(Commission on Macroeconomics and Health)는 건강 향상과 경제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이며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개발 도상국에서는 퇴행성 질환의 치료비용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건강과 관련된 지출 증가는 때때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성장보다 높다......이 비용은 부자들에게도 막대한 금액이다.(식품전쟁, p.92)
음식물과 관려된 질병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건강 악화에 따라 직접 그리고 간접적으로 재정적 비용이 드는 점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식품 공급 체인을 통해 긍정적인 정책 제도를 만 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p.92)



이제 소고기를 앞에 두고 광우병을 포함해서, 식품(육류)와 관련한 비만이나 여러 질병들을 야기시키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냐, 먹지 않는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말은 내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대통령인 사람은 '먹지 않을까 싶다' 하고 속도 모르는 발언을 하니 화를 참을 수가 있겠는가! 내가 위선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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