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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주 사소한 것들의 의미

by 컴속의 나 2008.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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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www.art.com



영화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다(As good as it gets)>
― 아주 사소한 것들의 의미

영화의 매력은 해석이나 설명 따위로는 도무지 접근할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비경험적인 개체들의 감정과 심리와 행위를 영상으로 전달하는데 있다. 이것은 소설의 묘사나 시의 상상력보다 즉발적인 감동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이 보다 좋을 수는 없다>(이하 <이보다~> 로 줄임) 는 이러한 등장 인물간의 감정과 심리를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그냥 내보여주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 특히 상처받은 인간들의 관계의 진정성은 거친 삶의 파도 이면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즉, 감정과 심리와 표정의 다소 정적이며 사소한 것들의 흐름 속에 아주 다이내믹한 동적인 요소(사랑, 치유, 이해 등)들이 종횡무진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신경증에 시달리는 유달(잭 니콜슨)은 세상을 거부하며 비정상적인 자기중심적 일탈의 세계에 안주하는 소설가이며 동성애자인 사이먼(그렉 키니얼)은 어린 시절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그림으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한 아이의 어머니이면서 이혼녀인 캐롤(헬렌 런트) 또한 궁핍한 소시민적인 삶에 체념하며 살아가는 웨이트레스이다. 유달의 경우 사랑을 상실한 비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자기중심적 세계 해석이 자신의 소외를 초래하고 있으며 사이먼은 동성애자로서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그것을 만회하고자 예술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이혼녀로서 궁핍한 삶을 살고있는 캐롤은 자본과 사랑으로부터 소외 받고 있다. 이렇게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영화 <이 보다~> 는 이러한 소외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의 만남과 소통과 사랑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소통과 사랑의 특성이 상호성임을 이해할 때 그들의 교감은 예상과는 달리 결코 일방적이지 않으며 상호간의 영향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아주 크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며 그저 소박하고 일상적인 교류를 통해서이다. 진정한 인간관계의 거창한 주제를 아주 소박한 이야기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소통과 사랑이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피가 우리의 몸을 돌 듯 인간과 인간의 감정이 교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들은 차를 타고 단 한번 일상을 함께 벗어났을 뿐이며 사건이나 반전도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고작 유달의 사이먼에 대한 질투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 여행은 대단히 중요한 메타포를 갖는다. 일상을 벗어나는 차 속에서 그들은 사실상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한다. 가장 정상적이랄 수 있는 캐롤이 여사제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녀의 임무는 조용히 들어주는 것일 뿐이었다. 유달이 캐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 사이먼이 캐롤의 벗은 몸을 통해 예술적 성취의 영감을 얻는 것, 캐롤이 피곤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 이 한 번의 여행에서 사실상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소통이란 그렇게 거대한 곳에서 거창하게 인간에게 다가서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이것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버렐이란 아주 보잘 것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암시해 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영화의 끝 장면에서 이른 새벽 유달이 빵집 앞에서 자신이 걷길 거부하던 길바닥으로 뛰어드는 것은 결국 버렐이란 강아지 한 마리의 아주 사소한 발걸음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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