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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3

[꽁트] 전어 전어 나는 그 늦가을의 전어를 잊을 수가 없다. 맛 때문은 아니다. 그런 잊혀지지 않는 인상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부조리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 사건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고 부조리적이라 이름 붙였지만, 다른 이름을 달아주어야 하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흔하게 지나치는 자잘한 일상 속에서 역시나 흔하고 자잘한 일이 왜 그토록 돌발스럽게 내 가슴속에 각인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주위에는 부조리한 일들이 언제나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인간인 나의 눈에 비치는 세상 속에는 수많은 부조리들로 우글거린다. 이를테면 전쟁에서 학살되는 인간들이나 도살장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의 운명 같은 것들이 그렇다. 부조리의 경우로 말한다면 도살되는 동물들이 그러한 경우에 가깝다. 전쟁이란.. 2008. 6. 21.
[꽁트] 그 나무 그 나무 어느 외국 시인이 노래했던가.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결코 본적이 없다고...... 그렇다,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그 어디서 볼 수 있으랴. 봄, 여름, 가을, 겨울, 흙 속에 서러움 쥐어뜯듯 애잔히 뿌리 붙박은 체, 상처 같은 헐벗은 몸뚱이 하나로 고독의 기나긴 시간들을 묵상하듯 숨쉬어 가는 나무가 어찌 아름다운 시의 모습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런 나무를, 가볍게 업신여기는, 인간은, 시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미물. 시를 파괴하는 인간은 잔인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할 테지. 시를 파괴하고 묵상을 압살하는 인간은 시간의 손에 들린 비수에 심장을 찔리고 말테지. 그런데도 인간은 어리석은 앞날의 꿈을 꾼다니. 그 타락한 꿈을 아름다울 것이라 하다니. 한 그루 나무만큼 위대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 2008. 6. 15.
[꽁트] 기억의 교차 기억의 교차 떠오를 듯 말 듯한 기억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아무리 기억하려 하여도 기억에 가려진 사물이나 사실의 실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비등점에 도달하곤 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인 듯한데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을 때 그 호기심은 의외로 질기게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그럴 경우 기억하고 싶지 않는 무의식적 억압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호기심의 끈을 끊어버린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 그것은 참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애써 기억하려는 노력을 그만 둔 순간에 느닷없이 떠오르는 기억이다. 기억은 긴장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긴장이 풀려 있을 때 잘 떠오르는 것일까? 기억에 관한 한은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2008. 6. 9.
[꽁트] 영재를 위한 몰입식 교육법 특강 영재를 위한 몰입식 교육법 특강 나는 한 번도 글자와 숫자를 배운 적이 없었다. 2살 밖에 되지 않은 내가 글자와 숫자를 배울 수 있으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글자 읽기는 물론이거니와 숫자 읽기는 아주 쉽게, 덧셈 뺄셈은 가뿐하게, 구구단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익힐 수 있었다. 하루는 아빠와 엄마 앞에서 신문 사설을 줄줄 읽고, 숫자를 읽고, 더하기 뺄셈을 하고, 구구단을 외었고, 그런 나를 지켜보던 아빠와 엄마는 입에 거품을 물고 거의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2살이었으니 말이다. 모르긴 해도 영재의 탄생이라고 흥분하셨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겐 아주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었을 뿐이었다. 아빠와 엄마는 흥분으로 몸을 떨면서도 평소 글자와 숫자 공부를 시키지 않은 자신.. 2008.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