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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돌아보기

청와대와 소맥 파티

by 컴속의 나 2008. 8. 8.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말들이 영혼처럼 인간의 주위를 맴돈다. 보이지 않는 그 말들은 윤색되고, 반복되면서 인간의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죽되 말들은 살아 인간의  입에서 항문을 거쳐 인간의 전신을 꿰어 버리기도 하고, 마취제처럼 코 속으로 스며들어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삶을 전율하게도 한다.


이러한 말들, 인간의 주위를 감도는 수많은 말들이 나의 영혼을 좀 먹지 않도록, 온전히 나를 지켜 주기를 소망하면서......


술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고기이다. 고기하면 또 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실 경우에는 안주 삼아 소고기, 돼지고기등을 먹는 경우가 많으며, 고기를 먹을 경우는 고기자체를 연하게 하거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술을 곁들이거나, 소화를 돕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는 소맥(소주 맥주 혼합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니 잘 알려졌다기 보다 여러 번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청와대에서 열린 18대 총선 당사자와 만찬에서 요란한 소맥주 파티 가 벌어졌다고 한다. 언론의 파급효과가 크기에 아마도 다수의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이렇게 술을 흥건하게 마신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상산록(象山錄)』에 이르기를, 술을 좋아하는 것은 다 객기(客氣)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를 맑은 취미로 잘못 생각하는데, 술마시는 버릇이 오래 가면 게걸스러운 미치광이가 되어 끊어려 해도 되지 않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마시면 주정부리는 자가 있고, 마시면 말 많은 자가 있으며, 마시면 잠자는 자도 있는데, 주정만 부리지 않으면 폐단이 없는 줄로 여긴다.……수령이 된 자는 술을  끊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다산연구회 역 p.52)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만찬 회동은
‘소맥’(소주와 맥주) 폭탄주가 돌아가는 가운데 적지 않은 농담과 웃음이 터져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2시간가량 진행됐다.”(서울신문, 2008.4.26.5면)


기사전문: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426005005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통령 공관 청와대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2시간 동안이나 희희 낙낙 즐기는 이 광경을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격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기준에서 보면 이것은 수령된 자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처신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폭탄주를 만들어 여러 차례 돌리는 행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역할모델이 되어야할 지도자가 보여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가득이나 술문화 좋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청와대에서 벌어진 폭탄주 술판은 정서적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만큼 술에 대해 관용적인 나라도 없다고 한다. 그것은 주정이나 알콜중독에 대한 인식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관용적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관용적인 표현이다. 이 관용적이란 표현이 술문화에 대한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일테지만, 나쁘게 말하면,  무원칙과 방임적인 태도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청와대는 단순히 정치적인 공간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살아 꿈틀대는 맑고 깊은 정신의 원천이 되어야 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혈맥이 되어야 할 곳이다. 서글프게도 우리의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정과 학교가 무너지고 인간의 기본이 무너지는 교육의 위기 상황이라고 한다. 기본이 무너지면 도대체 무엇이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기본이 무너지는데 실용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부모도, 교사도, 사회의 어른도 청소년들을 포기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 중심에 바로 청와대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청와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청와대에서 이런 폭탄주 술판이나 벌이진다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처럼 "미치광이" 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수령이 끊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바라건데, 청와대는 민족정신이 살아 꿈틀대고 아름다운 영혼의 혈맥이 되는 모든 국민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역할 모델이 되는 넓고 깊은 큰 정신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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