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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3 00:43

식사에 대한 단상(1)



                             식사에 대한 단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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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lkwha

한국인의 공동체적인 인간미와 인정, 그리고 동시에 두리 뭉실한 적당주의는 대체로 식탁의 중앙을 차지하는 ‘탕‘이나 ’찌개‘를 먹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공동체적인 인정과 두리 뭉실한 적당주의는 그 선후(先後)나 경중(輕重)을 가릴 수 없는 문제이지만 후자에 이 글의 초점을 맞추려고 하기에 조금은 비판적인 글쓰기가 되겠다.

매운탕, 해물탕, 된장찌개, 김치찌개등은 큰 냄비에 담겨 주로 식탁의 중앙에 놓여진다. 수저를 함께 담그며 더불어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 까닭이다. 가족 외에는 다소 배타성이 강한 한국인들에게 타인들과 함께 침을 나누며(?) 탕과 찌개를 떠먹는다는 것은 자못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어쩌면 공동체적인 미덕이 깨어지고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공동체적인 의식의 흔적이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동시에 적당주의의 음식문화의 대표적인 형태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적당히 허기(虛飢)만 해결하면 되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손에 닿을 수 있는 적당한 공간에 놓고 적당한 양을 먹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서로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인간적인 정으로 볼 때 흐뭇한 일이지만 21세기 이제는 먹고 살만한 시대에는 지양해야할 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공중위생의 관점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밥상의 김치나 약방의 감초같이 항상 중요하게 부르짖고 있는 세계화의 수준에도 아무리 양보해도 걸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상(床)과 관련하여 이어령님은 <우리문화 박물지>라는 자신의 책에서 “봉건윤리로 민주적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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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blog.empas.com/stragus/read.ht



“무엇보다도 서양의 식탁은 하나라 할지라도 막상 먹는 음식접시는 각자의 것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겸상은 모든 반찬을 동시에 차려놓고 여럿이서 함께 먹는다. 서로 양보하고 상대방과 협력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식사는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밥상을 받을 때마다 서로 억제하고 양보하면서 함께 같은 음식을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 민주적인 훈련을 쌓게 된다.” (우리문화박물지,pp.144-145. 이어령, 디자인하우스)

이러한 언급을 접하고 있노라면 적당주의를 언급하기가 무안해 질 정도다. 그러나 솔직히 이어령님의 언급에 동의하지 않기에 무안하지는 않다. 만약 동의한다면 초원의 사자들이 무리를 지어 먹이를 뜯어먹는 것도 민주주의의 트레이닝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해를 하시지는 말기 바란다. 우리의 식사법이 사자의 그것을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시절에 함께 먹던 그 슬픈 식사법을 너무나도 안일하게 민주주의 트레이닝으로 보는 그 시각이 좀 지나치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하루 세끼를 꼬박 함께 식사를 하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양의 식습관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란 말인가?

‘탕’과 찌개의 공유는 음식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너‘와 ’나‘의 것이 구분되지 않기에 적당히 남을 배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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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자신의 양을 조절하게 된다. 이것은 이어령님의 말대로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원리인 나의 권리를 찾는 동시에 남의 권리도 존중하는 개인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며 나의 권리/책임과 남의 권리/책임이 명확치 않아 대충 대충의 어림짐작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야 하며 혹 남는 경우에는 가족의 경우는 예외라 하더라도 다시 먹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함께 먹었던 음식이었기에 찌꺼기에 대한 책임 의식도 그만큼 작아지는 것이다. 이것은 혹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시민의식 수준에 대한 한 암시인 것은 아닐까?

서로 적당하게 나눠먹는 이러한 탕과 찌개의 공유에서 우리는 어떤 부정과 부패의 만연한 사회상을 읽을 수는 없을까? 적당하게 사는 것을 튀지 않게 사는 획일주의와 동일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 암묵적인 공범의식을 읽을 수는 없을까? 작은 그릇을 가지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양만큼 덜어서 먹을 경우에는 책임의식이 커질 것이며 혹 음식이 남는 경우에도 다시 먹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정‘ 에만 비중을 두는 음식문화가 퍼져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우리사회를 위기라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 함께 ‘탕’ 과 ‘찌개‘를 떠먹으며 긍정적으로(?) 공범의식을 느끼는 것은 어떤가? ’나’ 들, 즉,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 말이다. 수저를 모두 함께 담갔으므로 아무도 면죄(?) 받을 수 없다는 공범의식이 “다들 그런데, 뭐. 나 하나 그런 게 아니데 뭐” 하는 식의 책임회피와 적당주의를 낳아왔다면 이제 위기의 시점에는 함께 책임을 지며 부끄러워하는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맨 아래 사진 이미지 출처:www.kr.com/photos/me2f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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