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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과 망언 사이

부끄러운 법치주의

by 컴속의 나 2009. 3. 5.


최근의 전여옥 폭행에 대해 그녀가 얼마나 다쳤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녀가 누구에게 맞았고 왜 맞았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아니 나는 전여옥이란 인간 자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싶은 생각은 더 더욱 없다. 그녀가 국회의원인지, 그녀가 <일본은 없다>라는 책의 표절 문제로 시끄러웠다는 사실도  내 알바가 아니다. 그런 걸 알 바에야 잠이나 자는 게 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폭행으로 인해 왜곡되는 경찰 수사의 방식에 대해서는 관심의 정도를 넘어 분노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이전 전여옥의 사이코패스 발언도 전여옥이란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 발언의 심각성 때문이었다)  폭행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폭행의 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인 전여옥의 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70에 가까운 할머니를 '구속' 했다는 것은 형평성을 잃고 있거니와 법치주의를 망각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

도피의 우려가 없을 뿐더러 68세라는 노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구속하고 강호순 사건에 버금가는 경찰력(50명)을 동원하여 '전여옥 의원 폭행 사건 수사본부' 를 차렸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불행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던, 일반 서민이던, 장애우이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가 아닌가? 법 앞에서 모든 이들이 평등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여옥의 명예만 지키려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분노와 함께 모멸감을 느낀다.

또한 경찰은 폭행 현장에서 찍은 비디오를 입수하고도 전여옥의 명예를 고려하여 공개할 수 없다고 하니 수사의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경찰로서 오히려 객관성을 거부하는 꼴이며 전여옥의 명예만 명예인지 되묻고 싶다. 수사의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는 경찰로서는 이 동영상이 객관성을 확보하고 경찰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법치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여부를 떠나 거스를 수 없는 민주주의의 원칙중에 원칙이다. 경찰은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인 색안경도 끼어서는 결코 안된다.  

경찰은 지금이라도 피해자의 진술만 받아들여  일방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균형감있고 객관성이 있는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건에 대한 진술이 이토록 엇갈리고 있다. 목격자나 동영상등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이 보도만으로는 진실을 가려내기가 힘들다. 








용의자는 경찰의 조사를 받겠다고 당당하게 나서고 있다. 위 기사에 의하면 경찰이 전여옥의 말만 듣고 이씨를 구속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뒤늦게 확보된 동영상에 의하면 사건이 발생한 당일 집단 폭행이었다는 일부 보도의 내용이나 전여옥측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전하고 있다. 








경찰은 동영상 공개를 하지 않음으로써 수사의 객관성은 물론 경찰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경찰은 동영상을 공개하여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을 밝혀야 한다. 또한 전여옥의 명예만이 명예인지, 전여옥의 명예가 법치주의 보다 상위에  있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