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꽁트59

[꽁트] 우아한 인생 우아한 인생 지하철을 타러 간다.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하고 버스를 타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자주 걷지만 신고 있는 구두 때문에 걸을 수가 없다. 굽이 떨어진 건 오늘 오후다. 오늘 오후에는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쁘다. 커피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다. 좋다는 원두커피는 마다하고 커피믹서를 즐겨 마신다. 고객들이 몰려온다. 고객들이 뒤섞인다. 그런 혼란에도 일정한 질서는 있다. 번호표를 한 장씩 들고 있다. 번호표는 무언의 약속이다. 소파에 앉아도 있다. 고객들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돈을 인출한다. 돈을 예금한다. 돈을 이체한다. 통장을 보며 투덜거린다. 통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현금지급기에도 고객들이 줄서있다. 카드를 현금지급기의 투입구에 넣고 입출금의 액수 버튼을.. 2008. 4. 16.
[꽁트] 어떤 탈옥 어떤 탈옥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렇게 이야기하자면 [장미]가 아닌가 하고 피식 비웃음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장미는 장미로만 불려야 할까. 그렇다면 장미의 이름은 장미 외엔 여지가 없는 것일까. ‘장미의 이름은 장미’ 라는 말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는, [장미]라고 불리는 나무의 나무격의 무시가 그것이며 둘째는, 언어란 인간 중심적이며 따라서 세계는 인간 중심적 해석의 산물이며 언어는 사물의 본질을 기만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장미는 불쾌할지도 모를 것이다. 왜 자신이 장미로 불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신의 존재가 언어에 묶여 규정 당하는 것에 저항하고자 할 것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그물로 대상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없.. 2008. 4. 13.
[공트] 신문이 아주 가끔 똥보다 더러운 이유(2) 신문이 아주 가끔 똥보다 더러운 이유(2) 자넨 오늘자 모 월간지에 ‘신문, 더 높아진 신뢰지수’ 라는 기사를 읽어 보았나. 바로 여기 이 책일세. 한 번 읽어 보게나. 신문의 날을 맞아 신문 독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가지고 신문의 신뢰 지수가 높아졌다고 대서특필을 하고 있네. 이제야 알 것 같군, 자네도 짐작이 가지 않나? 내가 이토록 지금의 종교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바로 이 빌어먹을 신뢰지수란 것 때문이었네. 맞아, 바로 이 높아진 신뢰 지수 때문일세. 신문에 대한 신뢰지수가 너무 높아진 결과 때문이란 말일세. 신뢰 지수가 높아져 나에 대한 평가가 계속 왜곡되어 왔던 것이네. 내가 신문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자네도 알지, 중앙지, 일간지 통 털어 전면, 반면 광고로 .. 2008. 4. 9.
[꽁트] 어떤 일출 어떤 일출 실업자가 된 요즈음 나는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가 집을 비우는 낮 동안 나는 대충 집안일을 정리하고 잠에 빠져들기가 일쑤이다. 아내와 시간이 겹치는 서너 시간을 제외하고 대체로 밤 12시 이후는 잠들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 급기야는 밤낮이 뒤바뀐 생활에 익숙해진 것이다. 밤 시간 동안 나는 혼자 술을 즐겨 마신다. 아무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술이나 마셔대는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직장을 잃고 난 후 한 동안 실의에 빠지긴 했으나 다시 의욕적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했고 아내도 내게 힘을 보태주었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시간만 흘렀고 새로운 일은 계획의 단계에서 포기하기가 태반이었다. 아내도 더 이상 참아 주지 않았다. 아내가 직.. 2008.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