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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9

[꽁트] 이혼 날의 연가 이혼 날의 연가 정 만찬과 한 마리. 그들은 이혼 도장을 찍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서로 남남이 되기 위해 함께 마지막 외출을 한 것이다. 그들의 외출은 거의 10년 만이었다. 만찬 씨의 직업이 밤낮이 뒤바뀐 밤무대의 가수이고 마리 씨가 낮에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으니 둘이 함께 하는 외출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에겐 자식이 없었으니 더더욱 의기투합되기가 어려웠다. 이혼 도장을 찍는 날이 10년만의 외출이 되어버렸으니 남남이 되려는 순간이었지만 서로의 감회가 남달랐다. 만찬 씨는 만찬 씨 대로 약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며 마리 씨는 마리 씨 대로 밤낮이 뒤바뀐 남편에게 동정이 갔던 것이다. 사실 그들의 이혼이 아주 사소한 일에서 터져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지만 서로의 자존심이 서로에게.. 2008. 4. 6.
[꽁트] 몰래 카메라 대소동 몰래 카메라 대소동 사장 반편일. 검은 바탕 위에 무지개 조개 빛이 도는 은색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큰 마호가니 책상 전면에 반듯하게 놓여있고 그 명패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앉아있다. 반 사장은 요즘 들어 참 바쁘다. 하루를 일속에 묻혀서 산다. 자연히 귀가도 늦어져 예전의 취침시간이 귀가 시간이 되어버렸다. 반 사장이 이렇게 바빠진 것은 몰래 카메라 덕이다. 반 사장의 사업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몰래카메라 제거업이다. 탐지기를 이용해 몰래 카메라를 제거하거나 탐지기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세상에 못 믿고 믿는 사람들이 뭐 그리도 많은지 구석구석 설치된 몰래 카메라 덕에 반 사장은 한 몫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반 사장이 불신의 세상을 타박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세상 덕에 .. 2008. 3. 29.
[꽁트] 왕몬도씨 고자되다(3) 왕몬도씨 고자되다(3) 똥개(?)는 없었다. 제법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 비아그라 통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흩어졌을 알약들을 찾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할 일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잡초들을 몇 번 뒤적여보았지만 비만한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찾는 것을 중단해 버렸다. 그의 입에서 짜증 섞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비아그라를 혼자 처먹어. 보신탕 감으로는 정말 제격이겠군.” 지독한 구두쇠인 그가 그 비싼 알약들을 찾는 것을 단념한다는 것은 참으로 원통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두쇠인 그에겐 쓰디쓴 경험이었다. 그는 잡초를 딛고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똥개는 어디에고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보았다. 애완견이 머리를 내밀고 주둥이 밖으로 혀를 내밀고 있는 것 .. 2008. 3. 23.
[꽁트] 왕몬도씨 고자되다(2) 왕몬도씨 고자되다(2) 중복의 더위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비만인 그에게 여름의 폭염은 가시방석보다도 더 싫었다. 젊은 아내 석녀는 외출중이었다. 고등학교 동창들 계모임으로 아침 일찍 집을 비웠다. 그는 새파란 석녀가 요염하게 꾸미고 외출을 하는 것이 사실 두려웠다. 그의 그런 두려움을 눈치 채기라도 했는지 석양이 그의 귀에 대고 콧소리로 속삭였었다. “자기, 나 당신밖에 없다는 것 알죠--응. 당신 두려워한다는 것 나 잘 알고 있다구요. 새파란 계집이니 그럴만도 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밖에 없다구요, 알겠죠, 응. 오늘밤에...응. 그럼 다녀올게요.” 그의 머리는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 찼지만 석녀를 믿기로 했다. 그런 믿음은 사실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요염하게 차려 입은 그녀의 외출을 의심하고 흥.. 2008.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