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아주 가끔 똥보다 더러운 이유(2)
자넨 오늘자 모 월간지에 ‘신문, 더 높아진 신뢰지수’ 라는 기사를 읽어 보았나. 바로 여기 이 책일세. 한 번 읽어 보게나. 신문의 날을 맞아 신문 독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가지고 신문의 신뢰 지수가 높아졌다고 대서특필을 하고 있네. 이제야 알 것 같군, 자네도 짐작이 가지 않나? 내가 이토록 지금의 종교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바로 이 빌어먹을 신뢰지수란 것 때문이었네. 맞아, 바로 이 높아진 신뢰 지수 때문일세. 신문에 대한 신뢰지수가 너무 높아진 결과 때문이란 말일세. 신뢰 지수가 높아져 나에 대한 평가가 계속 왜곡되어 왔던 것이네. 내가 신문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자네도 알지, 중앙지, 일간지 통 털어 전면, 반면 광고로 뿌린 돈이 얼마인가 말이야. 내가 이토록 나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굳어지기를 원치 않았다나는 건 자네도 잘 알걸세. 적당하게 선량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적당하게 애국자인 척 하면서 정치인의 입지를 굳히려고 했던 것 아닌가 말야! 그런데 지금 도대체 내가 어떤 인간이 되어 버렸냐 말일세!
도대체 내가 예수야? 부처야? 살아있는 신이야? 내가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기 위해 사회와 민족을 위한답시고 약자들에게 베푼 위선적이고 계산적인 일들이 오히려 내게 멍에가 되고 있으니 말야. 이 죽일 놈들의 기자 새끼들이 얼마나 나를 진실하고 거룩한 인간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놓아버려 이제 이 이미지를 벗어날 수조차 없으니 말야. 진실하다, 양심적이다, 선량하다, 움직이는 법전이다 어쩌니 마구 구라를 치는 바람에 도대체 정치계에 입문조차 할 수가 없어져 버렸으니 말야. 도대체 나를 예수에 비유한 기자 놈은 또 뭐냐 말야! 부패 정치 정화를 위해 삭발 단식을 했을 때 나를 성철 스님에 비유한 기자 놈은 또 뭐냐 말야. 그런 건 정치쑈나 이벤트로 적당하게 보아 넘겨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말야. 내가 이렇게 고귀하고 숭고한 인간이 되어버린 건 바로 쥐새끼들 같은 기자놈들 때문이야, 기자놈들! 내가 정치 쪽에 목이라도 내밀라 치면 ‘이 인간 이거 정치 말아먹을 인간일세’ 하는 의혹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닳고 닳은 정치인들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단 말야. 나도 댁들과 같은 인간이야, 하고 농담삼아 큰소리를 내질러도 보고 진지하게 음흉한 시선과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여도 보곤 하지만 당최 나를 믿어야 말이지. 넌 정치를 너무 깨끗하게 할 놈이야! 뭐 이런 눈으로 보거든.
‘넌 예수 같은 존재야. 넌 너무 진실해. 넌 너무 양심적이야.’
자네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더러운 놈이란 것을 말야, 껄껄. 암 더러운 놈이지. 난 더러운 정치를 위해 태어났거든. 종교를 위해 태어난 놈이 아니거든. 그런데 이 빌어먹을 기자 새끼들이 나를 너무 깨끗한 영혼으로 만들어 버렸단 말이야, 개새끼들! 도대체 그 닳고 닳은 정치인들에게 조차 나에 대한 이미지를 굳히게 한 건 바로 빌어먹을 기자 새끼들, 그 새끼들이 써대는 신문기사들 때문이지. 아무리 기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기자 새끼들이라도 도대체 나를 예수로, 부처로, 살아있는 신으로 만들어 버린 건 너무 한 것 아냐,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하게 말해보게? 이제 더 이상 신문에 대한 신뢰지수가 높아지면 안되네. 그렇지 않은가? 나처럼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네. 나처럼 타락하고 더럽고 추악한 인간이 어떻게 예수가 되고 부처가 되고 살아있는 신이 될 수가 있단 말인가 말야. 이건 신문의 죄악이네, 진실의 왜곡이고 폭력이네. 난 정말 정치인이 되고 싶단 말이네! 정치에 몸담아 보려고 위선적인 자선을 베푼 것이 부활한 예수니 자비로운 부처의 환생이니 하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야, 쳇! 나같이 ‘깨끗한 인간’ 이 정치를 하면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 같은 이러한 상황에서 난 살아가기가 버겁네. 신문이 만들어 버린 예수, 부처, 살아있는 신의 이미지 때문에 난 그렇게 가식적이고 위선적으로 선한 척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버리고 말았네. 도대체 이런 비극이 어디에 있나 말인가. 이건 정말 악의적인 피해일세. 기자 새끼들에게 똥이라도 퍼붓고 싶은 심정이네. 뭐라고,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고? 정치에 미련을 버리고 종교계로 나가보라고? 나 원 참 자네도……(2008.4.9.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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