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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꽁트]전업 주부를 마치고 나면 녹색 운동가가 되겠다

by 컴속의 나 2009. 5. 7.





전업 주부를 마치고 나면 녹색 운동가가 되겠다


며칠 전 7, 8년쯤 된 낡은 구식 휴대폰을 공짜폰으로 교환을 했다. 순전히 아내가 나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바꾸어 버렸다. 낡은 휴대폰을 구입할 때도 그랬다. 나는 휴대폰을 가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때까지 휴대폰 없이 잘 생존해왔고 잘 생존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홈쇼핑으로 신청한 휴대폰이 도착했을 때 아내에게 투덜거렸다. 왜 이렇게 괜한 짓을 하느냐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폰이었다.

그걸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꾼 것이다. 내 의견을 무시하고 커플폰 휴대폰이 생활의 필수품이니 어쩌니 하는 아내의 잔소리에 인상만 한 번 찡그렸을 뿐이다. 어차피 사용해야 할 것이라면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았다. 7, 8년 동안 그 낡은 휴대폰은 별 유용하게 사용되지 않았다. 휴대폰 자체는 유용한 것이고 나 자신이 그것의 유용성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한 달에 몇 통화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휴대폰 요금은 꼬박고박 2만 원 이상씩 청구되었다. 차라리 이 돈으로 적금을 드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휴대폰을 없애지도 적금을 들지도 못했다.

아내는 직장을 다닌다. 매일 아침 7시에 고등학교 1, 2학년 연년생인 큰 딸,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아내는 아이들을 학교에 실어다 주고 자신의 직장으로 간다. 아내는 인터넷 포탈 업체에서 애니메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벌써 10년째이다. 그 사이 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만 두었다기보다 쫓겨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10년째 살림을 도맡아 왔으니 전업 주부(主夫)인 셈이다. 그러나 전업주부 답지 않게 일탈적인 주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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