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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5

[꽁트] 잡글 인간 잡글 인간 그의 별명은 잡글 인간이다. 그의 삶이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해서 그가 쓰는 글도 장르불명의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별명은 다른 사람이 붙여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붙인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서다. 그에게 유감인 점은 자신이 꽁트라고 생각하는 글이 소설, 더 나아가 웅대한 서사소설로 확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축소되어서 꽁트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잡글이나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인식과 사고의 얄팍함에 대한 자조인 셈이다. 즉, 그에게 잡글 인간이란 말은 그렇게 잡글 밖에 쓸 수없는 운명과 동격인 것이다. 그의 삶이 잡글 처럼 잡스럽기만 하다는 말은 서사보다는 단편적인 에피소드, 아니 에피소드라 하기에도 좀스러운 짓들로 삶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깊이가 없고 무.. 2008. 2. 26.
[생각 돌아보기] 간판 간판을 생각한다 거리를 지나면서 간판을 보지 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각 장애인들이면 모를까 멀쩡히 두 눈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면 간판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자체가 간판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과장일까? 심산유곡에 들어가도 간간히 볼 수 있는 것이 간판이다. 그러나 또 너무나 흔하기에 쉽게 지나치는 것이 간판이다. 간판들을 볼 때마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치열한 경쟁사회인지 알 수 있다. 거의 엇비슷한 가게들이 엇비슷한 간판들을 내걸고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야 말로 치열한 경쟁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거의 주택가와 상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간판이 널려있는 지경이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인 모든.. 2008. 2. 24.
[꽁트] 거시기를 위하여 거시기를 위하여 모년(某年) 모월의 어느 여름 전국을 강타한 태풍이 지나가자 그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서서히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주민이라고 해봤자 고작 200명 안팎이지만 놀랍게도 그들 모두는 졸부들이었다. 최근 마을 근처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의 금광 때문이었다. 가난한 산촌 마을에 내려진 횡재라면 횡재였다. 자신들의 땅과 집 밑에서 금 덩어리가 솟아져 나와 적게는 수억에서 수 십억이 굴러들어 왔으니 갑작스러운 돈벼락이었다.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는 다소 이상스런 표현은 순박하던 촌사람들이 처음에는 그 돈벼락에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의 졸부들에게서 볼 수 있는 행태들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는 의미이다. 그들의 돈을 유혹하는 온갖 검은 마수들이 달려들면서 마을은 과거의 순수하고 순박했던 모.. 2008. 2. 16.
[꽁트]청국장의 맛 청국장의 맛 이 간단한 진리를 부모들은 왜 이다지도 모르는지 몰라. 식빵에 이렇게 치즈와 햄을 놓고 다시 식빵 한 조각을 올려먹는 것이, 포크로 돌돌 말아 쪽쪽 빨아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를 말야. 악취(?)가 나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 그리고 먹으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설거지 따위의 노동이 필요 없어 시간을 유용할 수 있고 말야. 그런데도 우리나라 음식의 위대성만을 주입하려는 그 얼빠진 부모들이, 아니 모든 한국인들이 난 정말이지 싫어. 아주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음식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지고 케케묵은 것인지 몰라. 밥과 국그릇을 비롯해서 그 많은 반찬그릇들이 얼마나 공간적,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인가 말이야. 자원의 낭비는 물론이고, 이동.. 2008.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