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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25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인간의 삶이란 한 편의 서사(긴 이야기)와도 같다. 그러나 의도한데로 구성하고 전개할 수 없는 서사이다. 동화적인 상상과 환상으로 서사를 이끌어 갈 수도 없다. 언제나 폭죽을 터트리고 꽃이 만발하고 음악으로 가득 찬 동화의 세상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없다. 이 세상 어느 인간도 작가가 소설을 쓰듯이 자신의 삶을 의도대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겨우 불확실한 미래를 추측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거나 지뢰밭을 걷듯이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원고지에 쓰다가 찢어버리고 다시 쓸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다. 마츠코의 남자중 하나인 소설가 야마카와 처럼 삶의 원고를 찢어버린 다는 것은 바로 죽음인 것이다. 아무리 불행한 삶이라도 다시 번복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넝마처럼 끌.. 2008. 2. 6.
[꽁트] 바람의 신화 바람의 신화 K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건 여름방학을 일주일쯤 앞두고였다. 사회의 통념을 깨려고 부단히 온 몸으로 발버둥 쳐왔던(?) K이고 보면 방학을 앞두고 무단결석, 아니 행방을 알 수 없는 가출을 한 것이 처음에는 그다지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패싸움으로 머리가 깨지고, 오토바이를 몰다 중상을 입고, 여자 친구 낙태를 시키고, 가출을 다반사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학교로 돌아왔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처음의 무던한 생각과는 달리 이번 가출은 그저 기우로만 여겨지지가 않았다. 정말이지 K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K의 사라짐은 말 그대로 완벽한 사라짐이었다. 집에도, 학교에도, 여자애들과 어울리는 클럽에도, 비디오방과 만화방에도, 그 어느 곳에서도 K.. 2008. 2. 4.
[생각 돌아보기] 성욕의 괴로움 이 세상에 성욕과 관련해서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일정한 나이, 대체로 사춘기에 접어들면 예외 없이 자연스럽게 성적 욕구가 생겨나게 되고, 따라서 내면의 본능적인 성적 욕구와 외부의 강제적인 도덕과 사회적인 요구와 기대 사이에서 찢어지고 흩어지는 분열된 자아로 고뇌하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성욕의 해소와 억압의 문제는 인간의 자유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복잡하고 해결 난해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역사가 인간 중심의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문명을 형성하면서 본능이 억압받고 중심에서 배제되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도화되고 체제화 된 인간적인 이성의 ‘차갑고’ ‘냉정한’ 문명이 그 존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물적 본능을 억압하거나 순화시킬.. 2008. 2. 1.
[꽁트] 꽁트 선언 꽁트 선언 글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탄한다. 그건 당연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글을 대체하는 수많은 매체들이 등장했고, 이제 글은 낡은 전축과 LP 레코드판처럼 시대와는 걸맞지 않다고들 한다. 글이 문학의 유일한 매체였을 때 문학은 문화 그 자체로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수많은 매체들의 등장으로 문화의 영역이 확대되고 대중화됨으로써 이제는 문학이 문화의 하위 개념으로 저 한 구석을 자치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의문이다. 왜 짧은 꽁트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가? 단숨에,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부담 없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꽁트가 왜 그 가치와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하는가 말인가?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인 꽁트가 왜 똥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할까? .. 2008.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