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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3

[꽁트] 변소 기행 변소기행(便所奇行) 남녀가 한데 모여 있어야 돌아가는 이 세상에는 그와는 반대로 남자와 여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중목욕탕과 화장실이 그러한 공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우리와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렇게 남녀를 구분하는 이유가 사회적인 금기로 관습화된 것은 나라마다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원천적으로 이성을 허용하지 않는 목욕탕과는 달리 사실 화장실은 목욕탕처럼 남녀 구분이 엄격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급한 경우에 여자가 남자 화장실로, 남자가 여자 화장실로 뛰어 들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남자가 여탕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화장실이 이성에 관한한 목욕탕에 비해 아주 너그럽다고.. 2008. 3. 1.
[꽁트]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제목 : 십자가 위의 예수와 성 요한, 그리고 두 마리아 설명 : 엘 그레코 작, (1588), 캔버스유화, 120 x 80cm, 아테네 국립미술관 성경 : 요한 복음서 19,25-26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사진 및 글 출처:http://kr.blog.yahoo.com/clara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 K는 장로이다. K는 언제나 믿음을 굳건히 하고 그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개를 위해 교회를 찾는다. 교회는 K에게 피난처와 같은 곳이다. 믿음보다는 회개와 구원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K에게 회개는 세속적인 타락을 위해 존재해 왔고 존재하고 존재할 것이다. 즉, K에게 신은 세속적인 타락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 2008. 2. 29.
[꽁트] 잡글 인간 잡글 인간 그의 별명은 잡글 인간이다. 그의 삶이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해서 그가 쓰는 글도 장르불명의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별명은 다른 사람이 붙여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붙인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서다. 그에게 유감인 점은 자신이 꽁트라고 생각하는 글이 소설, 더 나아가 웅대한 서사소설로 확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축소되어서 꽁트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잡글이나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인식과 사고의 얄팍함에 대한 자조인 셈이다. 즉, 그에게 잡글 인간이란 말은 그렇게 잡글 밖에 쓸 수없는 운명과 동격인 것이다. 그의 삶이 잡글 처럼 잡스럽기만 하다는 말은 서사보다는 단편적인 에피소드, 아니 에피소드라 하기에도 좀스러운 짓들로 삶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같다. 깊이가 없고 무.. 2008. 2. 26.
[꽁트] 아픈 사랑의 노래 사진출처;youkan.egloos.com/i13 아픈 사랑의 노래 아름다웠다, 그 노래는. 박자나 음정 따위 가식적 장식에 불과할 뿐, 투박하고 거친 그 음악은 정녕 아름다웠다. 귀로 듣는 노래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노래, 그랬다. 그랬기에 그 노래는 정녕 아름다웠다. 그 노래를 그토록 애잔하게 부른 그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잔인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날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떠났고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녀는 막 비행기를 탔다고 휴대폰에 메일을 남겼다. 퇴근 후 나는 그녀에게 나오라고 한 카페의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서 그녀가 남긴 메일을 읽고 말았으니, 운치 없고 분위기를 모르는.. 2008.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