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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9

[꽁트] 몰입은 구원이요, 희망이다. 몰입은 구원이요 희망이다 내가 처음 영어 몰입식 교육이란 말을 들었을 때 막혔던 길이 확 열리는 것처럼 눈부신 희망의 빛을 보았다. 공식적으로 몰입이 인정된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나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20살, 대학교 1학년이다. 내 삶의 약 3분의 1 정도는 영어라는 신성한 제단위에 바쳐졌다고 해도 그리 과장은 아니다. 부모부터 발 벗고 나서서 영어 공부를 시켰다. 방학이면 어학연수다 특별과정이다 해서 영어와 살도록 했다. 그런데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사실에 자신의 지적인 능력에서부터 언어감각에 이르기까지 원망하고 또 원망을 했다. 내가 영어와 더불어 살아 온 삶은 동시에 분노와 절망과 실의의 나날이기도 했다. 왜 유창하게 안 되는가? 이 질문은 그저 단순한 질문이 아니.. 2008. 6. 25.
[꽁트] 몰입은 너의 운명 몰입은 너의 운명 난 지금 굉장히 심각하다. 이렇게 심각한 적이 별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 “내게 왜 엄마가 없냐” 는 질문에 할머니가 “너를 낳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참 심각했었다. 할머니는 너무 솔직하셨다고 생각한다. 그냥 ‘죽어다‘ 라는 표현보다는 좀 더 인간적이긴 하지만 나를 너무 사실적으로 개입시킨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의 판단으로는 별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겠으나 나에게는 크나큰 슬픔이었고 절망이었다. 그리고 아빠가 중 2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난 또다시 참으로 심각했었다. 나에게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아빠의 죽음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게 아빠가 있었다니! 한 밤중에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외할머니는 아빠의 존재를 확인했다. 길바닥에서 .. 2008. 6. 24.
[꽁트] 전어 전어 나는 그 늦가을의 전어를 잊을 수가 없다. 맛 때문은 아니다. 그런 잊혀지지 않는 인상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부조리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한 사건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고 부조리적이라 이름 붙였지만, 다른 이름을 달아주어야 하는 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흔하게 지나치는 자잘한 일상 속에서 역시나 흔하고 자잘한 일이 왜 그토록 돌발스럽게 내 가슴속에 각인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주위에는 부조리한 일들이 언제나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인간인 나의 눈에 비치는 세상 속에는 수많은 부조리들로 우글거린다. 이를테면 전쟁에서 학살되는 인간들이나 도살장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의 운명 같은 것들이 그렇다. 부조리의 경우로 말한다면 도살되는 동물들이 그러한 경우에 가깝다. 전쟁이란.. 2008. 6. 21.
[꽁트] 그 나무 그 나무 어느 외국 시인이 노래했던가.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결코 본적이 없다고...... 그렇다,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그 어디서 볼 수 있으랴. 봄, 여름, 가을, 겨울, 흙 속에 서러움 쥐어뜯듯 애잔히 뿌리 붙박은 체, 상처 같은 헐벗은 몸뚱이 하나로 고독의 기나긴 시간들을 묵상하듯 숨쉬어 가는 나무가 어찌 아름다운 시의 모습이 아닐 수 있을까. 그런 나무를, 가볍게 업신여기는, 인간은, 시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미물. 시를 파괴하는 인간은 잔인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할 테지. 시를 파괴하고 묵상을 압살하는 인간은 시간의 손에 들린 비수에 심장을 찔리고 말테지. 그런데도 인간은 어리석은 앞날의 꿈을 꾼다니. 그 타락한 꿈을 아름다울 것이라 하다니. 한 그루 나무만큼 위대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 2008.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