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자유여행(하우스 텐보스로)
10일 오전(7시쯤?)에 하까다 항에 도착해서 그 날 오전 하우스텐보스로 간 것은 민박 집 주인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12일 오후에 출국이라서 시간이 촉박했기에 기왕 아이들과 함께 우선적으로 하우스 텐보스를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여행 계획을 세울 땐 하우스 텐보스는 생각지 않았고 후쿠오카 관광지들과 다자이후 정도를 둘러볼 작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하우스텐보스를 향해 출발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거의 한나절 걸려(시간을 기록해 놓지 않아 정확치 않지만 오전에 출발해 오후 8~9시 기차를 타고 늦게 돌아온 것으로 추측해 보건데) 둘러본 것에 대해 후회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하우스 텐보스는 촉박하게 둘러 볼 것이 아니라 1박 2일 정도의 일정으로 좀 느긋하게 둘러보는 것이 그곳 방문의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밤하늘을 배경으로 불꽃이 피어오르는 등 야경이 만만찮은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사색의 시간도 가져보기도 하고 다양한 놀이시설을 이용하면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기에는 하루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 ハウステンポス)는 숲속의 집을 뜻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여왕의 별궁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가 잠실 주경기장의 30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하우스텐보스는 10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40여개의 매력적인 구경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일본 100배 즐기기, p,610 랜덤하우스 중앙 참조). 그 10개의 구역(브루켈렌, 킨델다이크, 뉴 슈타트, 뮤지엄 스타트, 프리스란트, 유트레히트, 비넨 슈타트, 스파켄부르크, 포레스트 파크, 팰리스 하우스텐보스)을 차례로 둘러보는데 하루 만에 둘러보기가 무리일 정도라고 합니다. 비록 하우스텐보스 곳곳을 운행하는 클래식버스와 작은 유람선이 있긴 하지만 구석구석 둘러보는 데는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저도 클래식버스와 유람선을 타면서 전체적인 정취를 둘러보긴 했지만, 본 것보다는 보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것 같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네덜란드는 의미있는 국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당시 네덜란드와 활발한 무역을 하고 있던 일본과는 달리 일본으로 가는 도중(1653년)에 표류하다 제주도에 상륙한 네덜란드인 하멜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14년 동안이나 억류되었다 탈출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에 알렸다는 그 의미밖에는 없습니다. 또한 하멜이 히딩크로 부활했다는 정도일까요. 이에 반해 일본은 이미 1542년 포르투갈 선박이 표류에 들어와 개항으로 이어지고 포르투칼인이 전해준 조총은 임진왜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임진왜란을 생각해 보면 왜 일본은 총을 들고 달려드는 데 조선은 왜 창과 활밖에 없었는가 하는 의문도 바로 여기에서 불립니다. 바로 그것은 서양의 문화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과의 차이인 것입니다. 17세기 초에는 네덜란드와 활발히 접촉하면서 난학을 꽃피우던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네덜란드와 무역은커녕 문화적인 교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고의 폐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고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일본의 목판화는 곧 유럽에 전해진 일본 문화의 자존심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고호가 일본을 상기시키는 광고효과도 상당하겠죠. 만약 고호의 그림에 우리의 예술작품이 등장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하우스텐보스는 일본과 네덜란드간의 역사적인 관계와 문화적인 교류의 기록인 동시에 일본인들의 개방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의미있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조선이 얼마나 유학의 늪에 빠져 관념적이고 형식적인 전통에 얽매이고만 있었는가 하는 통절한 자기반성의 측면에서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우스텐보스 가는 데 하까다 역 안내소의 한국인 여성 안내원의 도움이 컸다고 이미 적었습니다. 이외에도 고마운 일이 하나 더 있는데 한국에서 가지고 간 일본 여행 책자를 잃어버렸는데 알고 보니 안내소에 놓아두었더군요. 한국인이라 저를 알아 보셨던지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주시는 거 있죠.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일본인이었더라면 저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기억을 해도 하우스 텐보스로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표를 구입하는 것도 낯설었고 하우스텐보스행 플랫폼 입구도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더 가면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책을 보니까 이렇게 되었네요. “하우스텐보스까지는 JR을 이용하는게 가장 편하고 빠릅니다. 후꾸오까에서는 약 1시간 간격으로 특급 하우스텐보스 ハウステンポス 호가 출발하죠. 나가사끼에서 갈때는 JR 쾌속, 보통 열차를 이용하세요. 역시 약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일본 100배 즐기기, p,610 랜덤하우스 중앙 ) 이러한 정보로 판단해 볼 때 분명히 하까다역에서 특급 하우스텐보스 호를 탄 것 같습니다. 다른 열차편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간 것은 분명합니다.
하우스텐보스행 열차 플랫폼. 시간이 11시 5분이네요. 플랫폼 전경 차창에 비친 카오스크(간이상점?)에서 도시락을 샀을 것 같습니다. 도시락(하나만 찍었네요)
점심시간이라 열차에서 먹기 위해 플팻폼에서 도시락을 샀습니다(이 때는 하까다역 내 식당가에서 도시락을 판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식당가가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고 갔어야 할 정보였는데 말입니다. 하까다역 내에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쇼핑몰이 있습니다. 식당가도 있습니다. 다양한 도시락을 팝니다.). 일본은 도시락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도시락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도시락이란 그 자체를 이어령 선생은 축소지향의 한 전형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음식이나 문화란 측면에서 볼 때는 음식들의 배열과 미적인 디자인이 가져다주는 정성과 깔끔하고 단순함을 지향하는 일본인의 미의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서구사회의 햄버거와 같은 역할을 일본에서는 도시락이 하고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햄버거가 역동적인 의미보다도 정크 푸드로 전락한 것처럼, 도시락 또한 과거에는 일본 사회의 경제적인 성장 상에 역동성을 가져다주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하타쿠로 상징되는 개인주의 문화를 넘어 심지어 자아가 지워지면서 특정한 대상에 몰입하는 자아해체와 특정대상에 대한 병적인 몰입 현상의 특징을 대변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아니 약간은 벗어나서, 우리의 몰입식 영어 교육은 인간을 개방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영어에 다른 소중한 가치를 빼앗기는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몰입해서 영어를 하느냐, 소설이나 독서를 하고 여행을 떠나느냐는 문제도 아닌 문제를 잉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어라는 수단에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치들이 간과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정말 넌센스입니다. 우리의 삶, 아니 좁혀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어쩌면 대학교까지 영어에만 몰입한다는 것은 영어로 인해 얻는 것도 많겠지만 동시에 그 이상을 상실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역사 하우스 텐보스로 가는 다리 위에서
한 시간쯤 달린 후 하우스텐보스 역이 보였습니다. 이국적인 모습의 역사였습니다. 다소 의외로 역사가 무척이나 작았습니다. 아마 교통편을 불편하게 해놓고 하우스텐보스 안에서 소비를 많이 하도록 의도한 것은 아니겠죠^^
이제 하우스 텐보스에 도착했습니다. 유람선도 타고 클래식 버스도 타고 하면서 곳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티킷팅 하기 전에 한 컷(?)
*의외로 길어지네요. 하우스텐보스내 관람사진들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할께요.
다음은 하우스 텐보스 관람 사진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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