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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18:09

[꽁트] 러브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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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
 

당신을 떠나온 지가 몇 일이 되었군요. 겨우 몇 일인데 벌써 이렇게 당신이 그립기만 하니 어떻게 한 달이란 기간을 참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사랑스런 당신의 얼굴이 그리워 지금 이 펜을 들고있어요. 정말이지 당신이 보고 싶어 한 순간의 호흡도 어려울 지경이오. 공기보다도 더 소중한 당신을, 당신을 떠나온 지금에야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이 사악한 고독과 고통을 떨쳐버리고 싶어요.

지금은 늦은 밤, 모두가 잠이 든 밤이오. 창문 밖으로 잠에 겨워 졸고 있는 별들만이 눈을 깜빡이고 있어요. 잠이 많은 미인, 사랑스러운 당신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겠지만 나는 당신 생각으로 괴로움을 쓸어 내리고 있어요. 이 펜 끝이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오. 이 펜 끝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이 편지지 위를 미끄러지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오. 나의 모든 체취와 마음을 이 펜 끝으로 전하고 있음을 당신을 알아야 할 것이오. 그랬기에 그 흔한 컴퓨터의 활자를 빌리지 않고 자필로 이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라오. 자판기를 두드려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마치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만 같아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이건 정말이지 진심이오. 당신을 위해 오직 나의 가슴으로 이 편지지 위에 적고 있어요.

지금 당신이 없는 밤, 나는 너무나 고독해 위스키 잔을 홀짝이고 있어요.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의 그 아름다운 두 눈과 입술과 불그레한 두 귀와 흰 목덜미를 생각하며 술잔을 들고 있어요. 육감적이라 생각하지 말아주오. 당신을 내 가슴속에 꼭 껴안고 싶은 것은 타락한 육감이 아니라 순수한 바램인 것을......또 당신을 위해 노래를 틀어 놓았어요. 정말이지 당신을 닮은 아름다운 멜로디라오. [에브리딩 아이 두, 아이 두 잇 포유], [하우 딮 이즈 유어 러브] . 난 이 노래들을 들으며 당신을 느끼고 당신을 어루만지고 있다오. 혹 지금 당신이 어떤 이유로 깨어있다면, 잠들지 못하고 있다면 이 노래 소리들 때문일 것이오. 당신을 위해 틀어 놓은 이 노래들 때문일 것이오. 우리 둘은 하나이기에 당신의 귀에 이 노래들과 내 손길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소.

당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지금, 당신을 볼 수 없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제외하고는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하고 있다오. 이 편지 속에 나의 사랑이 타고 있음을 느낄 것이오. 당신을 위해 모든 것들을 다할 수 있다오. 당신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아마도 그것들이 너무나도 은밀하기 때문일 것이오. 지금 나는 당신을 향한 사랑 보다 더 값진 것을 소유할 수 없어요.

오, 사랑하는 당신, 나의 구세주,  나는 은밀하게 내 사랑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기에 이렇게 깊은 밤, 이 어둠에 숨어 편지를 쓰고 있어요. 지금 눈을 감고 당신을 생각해요.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을 생각해요. 우리는 언제나 하나여야 하며 하나로 살아갈 것을 서로에게 맹세하지 않았소. 지금 내 곁에 당신은 없지만 분명 당신은 내 가슴속에 있다오. 당신을 내 심장보다 더 사랑하오. 당신 몸은 어때요. 부디 건강해야해요. 출산을 앞두고 말이오. 예쁜 딸아이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혁진이는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오. 녀석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아요. 혁진이는 내가 떠나는 날 가지 말라고 공항 바닥에서 떼를 쓰고 울었는데 그날 어떻게 녀석을 다독거렸는지 궁금하군요. 녀석 고집 센 것은 나를 닮은 듯 한데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고 있어요. 어제 혁진이가 체육관에서 청색 띠를 땄다고 전화를 했더군요. 혁진이가 태권도에 재미를 붙이는 게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모른다오. 또 당신을 닮아 눈망울이 초롱하고 재기가 번뜩이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오. 당신의 노력과 집념 때문일 것이오. 아버지로서 자식 교육에 약간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당신은 무척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오. 내가 출장이나 연수다 해서 해외로 떠돌아다니는 사이에 당신이 혁진이에게 쏟은 사랑은 이루 헤아리기가 어려울 것이오. 당신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의 키스를 보내오.
 
당신 배속에 있는 둘째 애 출산 예정일은 모레로 알고 있는데 건강하게 출산은 할지, 아니 어쩌면 지금쯤 출산을 했는지 정말이지 궁금해 미치겠어요. 딸애였으면 좋겠는데......하느님의 뜻에 맡길 수 밖예요. 당신도 언제나 딸이기만을 기도했지요. 당신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어요. 오늘 당신에게서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일 당신에게 전화를 하리라. 이 편지를 받게 될 때는 우리 둘째 아이 출산 얘기는 지난 얘기가 되어 있겠군요. 아무튼 내가 당신 떠나 온 동안 출산의 고통을 더해준 것만 같아 죄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바랄 뿐이오. 혹 딸이 태어나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딸아이를 사랑해 줄 것이오. 나 없이 당신 홀로 낳은 그 아이를 말이오. 물론 나 없이 산통을 겪었을 당신도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어요.


이제 밤이 너무도 깊어 사람들이 깨어날 시간에 이르렀어요. 내일을 기약하며 나도 잠 속으로 빠져들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펜을 놓기가 아쉽기만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펜을 잠시 멈추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안녕, 내 사랑!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

프랑스 파리에서



추신: 당신과 태어날 아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꼭 알려 주시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당신을 부
         르며......내 사랑, 복자!



“혹 당신 아내가 프랑스 파리에 함께 출장 온 여직원과 침대에 누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진 않을까요.”


“어떻게 눈치채겠어. 여긴 프랑스 파린데. 마음 푹 놓으라구, 아가씨!”


“헌데 김 대리님 사모님은 참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멋진 편지를 다 받으시니. 김 대리님의 사랑과 함께 말이에요. 호호호.”(*) 




Trackback 0 Comment 4
  1. Favicon of https://procope.org BlogIcon 낭만_커피 2008.04.30 10: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여러모로 기시감을 떠올리게 하는 꽁트네요.
    우선,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이 떠올랐고.ㅋㅋ
    그리고, '복자'라는 이름에선!!!
    제가 무척이나 좋아라~하는 <미스터 굿바이>가 두둥실 떠올랐구요.

    기시감 러브레터 잘 봤슴다.ㅎㅎ

    • Favicon of https://conteworld.tistory.com BlogIcon 컴속의 나 2008.05.01 20:25 신고 address edit & del

      우연의 일치인지
      제 상상속에 그런 기시감이
      있었던지 모르긴 하지만,
      사람들이란 중복되고 중첩된 관계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고
      그 중복이나 중첩된 관계가
      아마도 기시감으로 나타나나 봅니다.
      나이면서 동시에 타인이기도 한 나,
      그러나 나를 드러내려고만 하는 나,
      그래서 나는 위선적인 존재같다는...

  2. Favicon of http://damasworld.tistory.com BlogIcon 다마 2008.04.30 13: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ㅎㅎ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conteworld.tistory.com BlogIcon 컴속의 나 2008.05.01 20:31 신고 address edit & del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고맙구요.
      이건 꽤 오래 전에 써놓은 것인데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드네요.
      마음같아서는 그런 게 있다면
      대하 꽁트를 쓰고 싶은데
      말이 되나요?

      그만큼 꽁트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소재나 아이디어를 얻어려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말 재미있게 쓰고 싶은데
      솔직히 재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쌓였던 스트레스나 울적함을 확 풀어드리고
      싶은데 그게 참 안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