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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꽁트] 몰래 카메라 대소동

by 컴속의 나 2008. 3. 29.

 


                                                        몰래 카메라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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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반편일. 검은 바탕 위에 무지개 조개 빛이 도는 은색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큰 마호가니 책상 전면에 반듯하게 놓여있고 그 명패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앉아있다. 반 사장은 요즘 들어 참 바쁘다. 하루를 일속에 묻혀서 산다. 자연히 귀가도 늦어져 예전의 취침시간이 귀가 시간이 되어버렸다. 반 사장이 이렇게 바빠진 것은 몰래 카메라 덕이다. 반 사장의 사업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몰래카메라 제거업이다. 탐지기를 이용해 몰래 카메라를 제거하거나 탐지기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세상에 못 믿고 믿는 사람들이 뭐 그리도 많은지 구석구석 설치된 몰래 카메라 덕에 반 사장은 한 몫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반 사장이 불신의 세상을 타박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세상 덕에 먹고 살아가는 것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반 사장에게 예상치 못했던 고민거리들도 하나 둘씩 늘어갔는데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내에게 가하는 근거 없는 불신의 감정이 그것이었다. 그는 떨쳐버리려 하면 할수록 더 커지는 그런 불신의 감정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보다는 아내조차도 저항하기 어려운 불륜의 이 시대 상황을 먼저 떠올렸다. 이 시대의 저항할 수 없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휩쓸려 드는 것을 목격했던가. 더욱이 언제나 바삐 뛰어야 하는 그에게 홀로 남아있는 아내에 대한 불신은 자꾸만 반 사장의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기술개발과 수출선 개척 때문에, 희망 단란주점의 오양 때문에 반 사장은 부득이 이틀이 멀다하고 외박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은근히 측은해지는 것이었다. 자신의 오양과의 바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아내에 대한 불신은 깊어져만 갔으니 남성 일반의 이중적인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불신은 점차 의처증세로 전이되어 아내의 불륜을 당연시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이즈음에 그가 생각해낸 것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비 오는 일요일 반 사장은 아내가 목욕을 간 사이에 집안 여기저기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던 것이다.  


진 양주. 반 사장 아내의 이름이다. 진 여사는 남편의 몰래 카메라 제거업 호황으로 통장에 현금이 쌓이기 시작하자 삶에 대한 긴장이 풀리면서 졸부들이 의례 그렇듯이 도덕적 해이에 젖기 시작했다. 더욱이 남편 반 사장의 귀가가 늦어지고 외박이 잦아지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과 함께 도덕적 해이는 더욱 커져만 갔다. 자식을 다 키워 외국에 보낸 진 여사는 고독이 밀려오는 밤이면 더욱 쓸쓸하고 외롭고 공허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밤마다 찾아오는 욕망을 억압해야만 했다. 외딴 농촌의 전원주택이어서 마치 옷을 벗고 들판에 서있는 것처럼 쉽게 눈에 띌 것만 같아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밤보다는 낮이 자연스러웠다. 친구들과 함께 온천을 간다는 명목으로, 동창회를 내세워서, 문화 센터 회원총회를 핑계 삼아 마음껏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남편 반 사장이 문제였다. 몰래 카메라 전문가인 남편이 자신을 몰래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감 때문이었다.


  “어딘가에 몰래 카메라를 감춰 두었을지도 몰라. 입 조심, 몸조심해야 돼.”


진 여사가 항상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자기 최면처럼 하는 혼잣말이었다. 그녀의 부정(不貞)이 깊어질수록 그런 강박감도 강도를 더해갔다. 그녀는 몰래 카메라를 숨겨 놓았을 만한 곳에서는 더욱 정숙한 척하고 남편을 생각하는 척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집 청소를 한다, 요리를 한다. 거실에서는 가계부를 적는다, 욕실에서는 정숙하게 샤워를 하고 몸단장을 했다. 진 여사의 이러한 행동은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남편 반 사장은 몰래 녹화한 필름을 그의 사무실에서 보면서 그녀의 그런 모습에 만족해했다.

 

  “그럼 그렇지. 마누라를 의심한 내가 잘못이지. 저렇게 알뜰하고 정숙한 마누라를 의심하다니, 쯧쯧.”

 

몰래 카메라의 역할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애초 반 사장이 생각했던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물적 증거 앞에서 반 사장은 너무나도 감격했다. 부인할 수 없는 몰래카메라의 물적 증거는 반 사장의 근심을 잠재웠다. 이제 반 사장은 느긋하게 자신의 사업에 전념할 수가 있었다. 번창하는 사업이라 돈은 쌓여갔고 그런 반 사장이 오양에게 뿌리는 돈도 커져만 갔다. 오양의 행복한 모습에 반 사장도 행복했다.


그런데 사단(事端)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양이 반 사장과의 은밀한 행위들을 몰래 카메라에 담아서 협박을 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협박에 반 사장은 돈을 건네주면서 무마하려고 했으나 자신의 기대는 완전히 벗어나고 말았다. 하지만 필름을 진 여사와 가족, 친척들에게 넘긴다는 협박을 하며 사업 자금으로 수억을 내놓으라는 데는 동의해 줄 수가 없었다. 일은 꼬여만 같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진 사장은 결국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진 여사에게도 사단이 나고 있었다. 그녀가 불륜 행위의 파트너로 삼았던 일명 ‘찍고 박’ 이 그녀와의 관계를 역시 몰래 카메라에 담았던 것이다. 진 여사는 남편은 의심했지만 ‘찍고 박’이 그 따위 짓을 하리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에게 투자한 돈도 섭섭지 않을 정도였고 서비스도 남편인 반 사장보다도 세심하게 신경 썼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모를 몰래 카메라였다. 또한 참으로 몰래 카메라의 위력은 대단했다. ‘찍고 박’이 몰래 찍은 필름은 협박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협박을 견디지 못하던 진 여사는 마침내 경찰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우연하게도 그들 네 사람은 같은 경찰서에서 함께 취조를 당하게 되었다. 그들의 담당 형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기에 그들 또한 나란히 앉아 취조를 받았던 것이다. 그들이 서로 대면하게 되었을 때 참으로 희한한 대화가 오고갔으니 대충 이랬다.

  “야, 박달수 여긴 웬일이냐?”

  “아이고, 반 선배님은 어쩐 일이세요?”

  “여보. 달수를 잘 아는 사이야? 찍고 박 이 새끼......어, 너 오재희. 이제 보니 네 년이”

  “어머, 언니.”


  ‘찍고 박’ 은 한 때 반 사장의 부하 직원이었으며 오양은 진 여사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것이 그제야 밝혀지게 된 것이었다. 세상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좁았다. 그리고 경찰서는 일순간에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진 여사가 오양의 머리채를 낚아챘으며 진 사장이 박달수의 턱을 좌우로 날려대고 있었다. 몰래 카메라가 별스러운 것들을 드러내 놓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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