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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돌아보기

[생각돌아보기] 영어광고, 과장인가 사실인가?

by 컴속의 나 2008.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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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광고, 과장인가 사실인가?

요즈음 신문 지면을 보면 영어회화 광고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학원 광고와 학습 교재는 물론 영어 학습 관련 서적을 비롯해 각종의 다양한 학습법들이 선보이고 있다. 정말이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이다.

대부분의 광고가 그렇듯이 영어 광고 또한 긍정적으로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준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부정적으로는 오히려 절망감과 좌절을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영어회화를 단기 완성]하고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될 것]처럼 떠벌리고 [최고의 학습법이라 단언]하는 광고들이 과연 과학적으로, 아니 양보를 해서 현실적으로 사실일까.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만약 광고대로 라면 필자는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단기]와 [저절로]와 [최상의 학습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필자 자신의 지능에 대한 절망감이며 투자한 시간들에 대한 절망감이다. 도대체 [나는 지금까지 무얼 했는가] 하는 절망감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대개의 영어 광고들이 진심으로 영어회화의 [습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 [돈]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과장이고 실현성이 희박하다면 어느 정도 안도가 되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에겐 그러한 광고들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자신의 지능에 대해 절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무슨 수로 과장임을 밝혀 낼 수 있는 것인가? 솔직히 학습이란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증명해낼 도리가 없을뿐더러 혹 결과가 광고의 사실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다른 요소들에 핑계를 댄다면 어쩌겠는가. 이를테면 영어에 흥미가 없다거나 성격상의 문제 등 심리적인 측면으로 말이다. 이것 또한 증명해 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만약 학문적으로 이론적으로 광고의 내용을 뒤엎고자 한다면 두루 이론을 섭렵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 또한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언어 습득이론 자체가 완전히 객관화시킬 수 있는 과학이 아니라 추론과 가설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머릿속에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실험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렵고도 어렵다. 필자의 절망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추론과 가설은 어느 정도 해석상의 유연함이 가능하기에 터무니없는 논리만 아니라면 과장이라 지적한들 논박을 받을지언정 거짓이라 손가락질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종의 능력 없는 자신의 위안으로서 필자 혼자만이라도 이렇게 단언하는 것이다.   

과장 광고에 대한 문제가 심심찮게 보도되기도 하지만 영어광고는 과장의 지적은 커녕 시류에 편승해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고의 규모도 신문의 한 모퉁이가 아니라 전면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회화의 학습 광고가 때대로 마치 신문의 광고면을 점령한 듯 보이기도 해 영어의 중요성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혹 이것은 영어 공용화가 공론(c�의 대상이 되게 한 정부의 세계화 정책과 상응하기 때문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장 광고라고 지적한다면 세계화 전략에 차질을 빗을 것을 염려해서 일까. 과장이라 했다가 영어 학습 열기에 찬물이라도 끼얹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일까(돈도 많이 날아가겠지). 그렇다면 지나친 아부이지 싶다.

지금의 과열되고 맹목적인 영어 학습열을 살펴볼 때 학부모들은 이성을 잃은 듯(?)하다. 사이비 종교에 맹목적으로 빠지는 것과 같이 과장의 여부를 확인조차 않고 교육이란 이름으로 자녀들을 맡겨버리니 이 어찌 사이비 종교에 대한 맹신과 다를 수 있겠는가. 학부모들은 영어회화라는 사이비 물신에 빠진 정신나간 신도들은 아닐까. 고작 해댄다는 것이 학교에서 공부 제대로 안시키고 교사들 안이함만 타박하니 정작 자신들의 잘못은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그저 영어 하나에 사생결단으로 뛰어들어 학생들의 재능과 자질은 무시하고 수백에서 수천 만원까지 하는 유학이나 연수를 보내거나 좀 못한 경우는 수 십만원하는 국내의 학원에 보내니 이것이 진정한 교육인지 이기주의고 탐욕인지는 구분하지 어려울 정도다.

또한 사회는 영어를 통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듯한 느낌이다. 세계화의 고상한 겉옷을 입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교육과는 거리가 먼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다. 공권력도 정치의 눈치를 살피는 것과 같이 팽배한 영어회화의 폐해에 대해 학부모들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장이라고 지적하므로써 이러한 과열과 맹목과 이성상실을 완화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작은 좀도둑 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치관을 싹트게 하는 큰 문제인지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도 못하는 듯하다. 누군가가 [벌거숭이 임금님]이라고 소리쳐 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