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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9

K를 위한 변명 K를 위한 변명, 그 마을 모퉁이 작은 도서관 아마 이십년도 더 넘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 사건이 일어난 곳은 B라는 도시 근교의 작은 마을로 반쯤 도시화된 아직은 농촌의 풍경이 남아있던 곳이다. 그 곳은 묘하게도 삼각형의 지형을 하고 있었는데 그 꼭지점에 해당하는 지점들에 각각 동쪽으로는 도서관, 서쪽으로는 나이트 클럽, 그리고 북쪽으로는 은행이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그 도서관, 그 나이크 클럽, 그 은행이 가장 두드러진 이정표가 되었다. 도서관 옆 어디, 나이크 클럽 뒤쪽 어디, 은행에서 한 정거장 가서 어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은 추억거리에서나 이야기 되는 지나간 시간 속에 남아있는 사실들이다. 현대식 도시가 되어버린 이곳에 이제는 도서관이 무려 20곳 , 은행이 100여 곳, 나이트 .. 2008. 10. 6.
[꽁트] 신문팔이 소년 신문팔이 소년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떠올린 것은 녀석의 몰골과 그러한 몰골을 가능케 해주는 추운 날씨와 간간이 날리는 눈발과 약간의 취기(醉氣)때문이었다. ‘아마 성냥팔이 소녀도 저러했겠지.’ 녀석은 신문 꾸러미를 옆구리에 끼고 벤치 위에 앉아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관심하게 녀석의 옆을 총총 걸음으로 지나쳐가기만 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녀석에게 액수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지폐 두 장과 함께 가지고 있던 라이터를 녀석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 라이터는 어쩌다 한 번 갔던 단란주점에서 받은 것으로 겉에 상호와 전화번호가 큼직하게 새겨져있었다. 그땐 그런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성냥팔이 소녀처럼 불이라도 피워야하지 않을까 .. 2008. 8. 11.
신 벌거벗은 임금님(2) 신 벌거벗은 임금님(2) 누드우스, 그리고 로라 리웬스키의 음모 “음식이 권력을 뒤엎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또 음식이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는 이 현실 앞에서 그저 먹고만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 ― 어느 무기력한 귀족의 넋두리 중에서 ― 벌거벗은 임금님인 누드우스 임금님은 소의 통 바비큐를 참 좋아했다. 소의 통 바비큐는 소를 통째로 구운 바비큐로써, 줄여서 소통바비큐라고 불렸다. 특히 몬타넬로산 소통바비큐를 제일 좋아했다. 몬타넬로는 수도 조덴스덴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구 15만의 소도시로써 해발 1500m의 에스틸뇨 산이 중앙을 차지하고 이 산을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져있다. 이 초원에 15만의 인구보다도 더 많은 30만 마리의 소와 15만 마리의 양들이 방목되고 있으나 .. 2008. 8. 9.
잡글 인간 잡글 인간 “인간들은 엉덩이에 눈이 붙어 있다. 하의(下衣)는 언제나 큰 구멍이 두 개가 뚫어져 있다. 그 구멍으로 큰 두 눈이 깜빡거린다.” 꽁트 중에서 그의 별명은 잡글 인간이다. 그의 삶이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해서 그가 쓰는 글도 장르불명의 잡글 처럼 잡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별명은 다른 사람이 붙여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붙인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서다. 그에게 유감인 점은 자신이 꽁트라고 생각하는 글이 소설, 더 나아가 웅대한 서사소설로 확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축소되어서 꽁트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잡글이나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인식과 사고의 얄팍함에 대한 자조인 셈이다. 즉, 그에게 잡글 인간이란 말은 그렇게 잡글 밖에 쓸 수없는 운명과 동격인 것이다. 그의 삶이 잡글 처.. 200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