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하기 1이 4가 될 수 있는 이유
K와 S는 연인 사이라고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알짜배기 연인 사이랄 순 없다. 여기서 알짜배기 연인 사이라 함은 흔히들 진실한 사랑, 즉 사랑의 힘을 삶의 중심에 놓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는 연인 사이를 말한다 할 수 있는데, 그들 사이가 알짜배기 연인 사이가 아니라 함은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연인 사이가 아니다란 말이 되겠다. 겉보기의 화려함과는 달리 그들의 속마음에는 진실한 사랑보다는 온갖 술수가 얼룩져 있으니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는(모르는 체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서로 속이고 속고 있는 셈이다.
명문대를 나와 동 대학원의 조교로 있는 K가 교수 자리와 함께 만만찮은 재력을 소유하기 위해 모교 원로교수이자 대학원장인 S교수의 둘째 딸이며 다른 명문대 출신으로 벤처 사업에 뛰어들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은 여성 재력가인 S를 야심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교수라는 명예와 재력을 목표로 하고 있는 K에게 S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목표물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S의 외모와 몸매였는데, 깨놓고 말하자면 토할 것 같은 얼굴에 아줌마 수준의 몸매가 흠이라면 흠이었다.
한편 S도 자신이 끝내지 못한 학업에 대한 욕구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외모가 받쳐주는 장래의 남편을 통해 성취하고자 했다. S의 사정권에 들어 온 사내는 자신의 아버지인 S 교수를 통해 알게 된 학문적으로 촉망받고 외모가 수려한 K였다. K는 자신이 평소 이상형으로 생각해 오던 한 탤런트와 닮아 마음속에 점찍어 둔 인물이었다. 그런 차에 은근히 그녀에게 접근해 오는 K를 놓칠 수는 없었다. S는 교수직과 재력 만이라면 어떤 사내라도 휘어잡을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여자의 외모보다도 재력과 명예를 더 중요시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솔직히 얼굴이야 좀 뜯어고치면 되잖은가.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외모도 어느 정도 받쳐주고 실력도 있지만 재력과 집안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K라면 얼마든지 떡 주무르듯이 주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난하고 뼈대 없는 집안 콤플렉스는 재력과 명예가 약이지 않겠는가.
그들의 표면적 이해관계는 이렇게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속마음은 너무나도 달라 대화는 언제나 표면 말과 심층 말로 나뉘어졌다. 다시 말해 표면 말이란 그들의 혀끝에서 만들어지는 말로 그들의 표면적 의도에 충실한 감언(甘言)을 의미하며 심층 말이란 혀끝에서 말이 만들어 질 때마다 동시에 반발적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말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이 만나면 두 사람이 아주 정적(靜的)으로, 아주 정상적으로, 아주 사랑하는 연인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상 속마음까지 들여다보면 아주 역동적으로 마치 네 사람이 앉아 대화, 아니 극단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그들이 만남에 만남을 거듭하고 결국엔 결혼 약속을 하게 되는데 참 가관인 그들의 한 대화를 소개하면 1 더하기 1이 4가 되는 이유를 쉽게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화는 도심에 있는 인테리어가 최고급인 화려한 카페의 가장 전망 좋은 공간의 최고급 좌석에 앉아 칵테일을 주고받으며 나눈 것으로 S가 턱을 갸름하게 성형하고 만나 처음 나눈 대화이기도 했다.
S가 30분을 먼저와 앉아 있었고 K가 헐떡거리며 뒤늦게 자리에 앉았다. K가 숨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기록. 이곳에 세계 최초의 성형 수술 기록이 남아 있다.
“많이 기다렸지 차가 막혀서 말이야.”
[차는 무슨 차, 네 얼굴 보기 참 지겹다 지겨워. 꼴에 턱은 깎는다고......]
“쬐끔, 고작 30분.”
[뭐, 차가 막혀. 놀고 자빠졌네.]
“아니, 테이블에 웬 프렌치 키스. 오늘 분위기 좀 잡을려구?”
[꼴깝을 떠는 군. 우욱, 프렌치 키스! 생긴 대로 놀아라, 놀아.]
“내가 먼저 주문했어. 프렌치 키스, 전에도 마셨잖아. 바로 여기서 말야”
[너 참 많이 컸다. 프렌치 키스도 다 알고. 하기야 꼴에 교수지.]
“장인어른이 이번에 신경을 너무 많이 써셨어. 교수 사위 보려구 말야”
[교수자리는 기본 혼수 품목 중에 하나일 뿐이지. 희생정신으로 결혼해주는데 교수 자리는 기본이지, 기본. 암~~]
웨이터를 불러 프렌치 키스 한잔을 더 주문하고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동안 두 사람의 심층 말들이 불을 뿜었다.
[교수가 된다고 뼈대 없는 가문에 뼈대가 생기냐? 쯧쯧, 좋아하긴.]
[저 얼굴만 보면 나의 희생정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턱을 깎아도 길긴 마찬가지군.]
[반반한 얼굴 때문에 용서해 준다. 하지만 너무 까불진 마!]
[헌데 저 비위 느글느글한 속을 알 수 없단 말야. 어떻게 저런 얼굴로 나를 넘볼 수 있을까. 하기야 내가 먼저 껄떡거리는 척을 했으니......낄낄. 일단은 명예와 재력이 문제지. 그 다음엔 권력......흐흐. 널리고 널린 게 여자고 말야. 사랑 타령은 당분간 중지.]
[개 뼈도 없는 게 주먹만한 야심은 있어 가지고. 네 속을 다 안다 알어. 돈과 명예가 아니더냐.]
[널린 게 여잔데 뭐]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턱 수술이 잘 되었네. 몰라 보겠는 걸. 당신이 어떻게 하던 당신 모든 걸 사랑해.”
[턱 뼈 깎는 기계가 한심하다 한심해. 깎을게 없어서 뭐 저런 걸 다깎냐.]
“고마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해해 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너 보기 좋아라고 깎은 거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성형한 걸 모르는 인간들하고 재미를 봐야지 안 그래? 결혼이 내 삶의 무덤이 아니야.]
내가 타고난 재능인지 신기(神技)인지 인간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때론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들의 대화를 여기에서 끊은 것은 부분의 소개에 있을 뿐 전부의 서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밀한 구석은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더하기 1이 4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이 정도만으로 짐작하기만 하면 되잖겠는가.
참조 사이트;http://blog.daum.net/psy10379/ (성형수술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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