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37 [꽁트] 우아한 인생 우아한 인생 지하철을 타러 간다.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하고 버스를 타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자주 걷지만 신고 있는 구두 때문에 걸을 수가 없다. 굽이 떨어진 건 오늘 오후다. 오늘 오후에는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쁘다. 커피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다. 좋다는 원두커피는 마다하고 커피믹서를 즐겨 마신다. 고객들이 몰려온다. 고객들이 뒤섞인다. 그런 혼란에도 일정한 질서는 있다. 번호표를 한 장씩 들고 있다. 번호표는 무언의 약속이다. 소파에 앉아도 있다. 고객들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돈을 인출한다. 돈을 예금한다. 돈을 이체한다. 통장을 보며 투덜거린다. 통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현금지급기에도 고객들이 줄서있다. 카드를 현금지급기의 투입구에 넣고 입출금의 액수 버튼을.. 2008. 4. 16. [일본영화] 자토이치(2) 자토이치(2) 서부 영화에서 맹인 총잡이를 상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하면 건방진 표현처럼 들린다. 아니 무지한 표현처럼 들린다. 세상에 불가능한 상상이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거나, 이성적인 합리성을 신봉하는 서양의 인식에서 맹인이 총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식의 상상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상상의 한계라기 보다는 문화의 한계에 속한다. 사무라이 영화에서 맹인 검객을 상상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상상의 무한함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성격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맹인 검객을 가능하게 하는 일본적인 문화의 성격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우선 이란 일본 영화에서 맹인이 된 미무라의 정신 상태를 살펴보는 것은 맹인 검객.. 2008. 4. 14. [꽁트] 어떤 탈옥 어떤 탈옥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렇게 이야기하자면 [장미]가 아닌가 하고 피식 비웃음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장미는 장미로만 불려야 할까. 그렇다면 장미의 이름은 장미 외엔 여지가 없는 것일까. ‘장미의 이름은 장미’ 라는 말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는, [장미]라고 불리는 나무의 나무격의 무시가 그것이며 둘째는, 언어란 인간 중심적이며 따라서 세계는 인간 중심적 해석의 산물이며 언어는 사물의 본질을 기만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장미는 불쾌할지도 모를 것이다. 왜 자신이 장미로 불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신의 존재가 언어에 묶여 규정 당하는 것에 저항하고자 할 것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그물로 대상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없.. 2008. 4. 13. 인듀어런스호와 새클턴 부빙에 갖힌 인듀어러스호 인듀어런스호와 새클턴 “1915년 11월 21일 P.M. 4:50: 인듀어런스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문명세계와의 마지막 끈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P.102)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강인해 질 수 있을까? 자연이 가하는 위협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의연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인듀어런스호와 새클턴을 비록한 27명의 선원들이 답을 해준다. 2년에 가까운 극지에서의 잔인한 ‘전투‘에서 모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기적을 새클턴과 인듀런스호의 승무원들은 이루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투의 나날들은 그야말로 죽음과 맞닿은 잔인하고 살벌한 시간들이었다. 창고 책임자 오들리의 말처럼,.. 2008. 4. 10.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