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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본영화] 클럽 진주군(3)

by 컴속의 나 200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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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http://www.movist.com/movies




클럽 진주군(3)

여성적인 손길로써의 음악

모든 인간들이 만든 이야기는 곧 관계를 의미한다. 관계가 없는 이야기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사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서로 갈등을 일으키거나 화해를 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사랑하고 증오하거나 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또한 이야기가 전달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말 할 수 없다.

영화도 일종의 이야기이라면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자연만을 담았다 하더라도 그 자연은 감독의 시선과 관계하고 있으며 관객과의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담고 있는 관계들, 특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영화의 내용(사건)을 만들고 의미를 생산해 내는 영화 그 자체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조명이나 촬영기법이나 언어 등 영화의 장치들은 이러한 관계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부수적인 장치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부수적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영화 일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클럽 진주군>에 있어서도 영화에 드러나는 여러 관계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덧붙여야 할 것은 관계는 또한 구성(형식미)과도 긴밀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에 영화의 형식 이해에도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영화의 기법적인 이해는 영화 비평가나 전문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클럽진주군>에서 인간의 관계들은 전쟁의 비극이 잉태한 절망적인 현실에 부단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추상적인 전쟁의 비극이 인간들의 관계들에 의해서 구체화 되는 것이다. 시장의 인간 군상이나 거리의 부랑자들, 버려진 아이들, 겁탈당하고 성을 거래하는 여자들을 통해 생생하게 시각화 되는 것이다. 영화의 생동감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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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계의 성격에 대해서 말하자면, 전쟁의 비극이 잉태한 절망적인 현실에서 그 관계들이란 대체로 부서지고 단절되어 있다. 관계 단절의 극단적인 양상은 죽음인 것이다.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 것은 그 신체를 훼손한 자의 상처이며 관계의 파괴인 것이다. 여자를 겁탈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비극을 보면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는가? 왜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인간에 대해서 회의하거나, 절망하기도 하면서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관계를 회복(복원)하려는 노력이 존재하기를 바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노력이 존재하는데, 그 노력의 중심에 음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음악은 폭압적이고 파괴적인 남성에 대해 부드럽고 평화로운 여성적인 것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남성적인 마르스에 대한 여성적인 아폴론의 부활인 것이다. 이러한 여성적인 것(음악)의 부활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창녀가 유곽앞에서 술 취한 미군에게 겁탈 당하려는 여자에게 냉소적으로 내뱉는 대사에서 아주 인상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이나 네가 좋아하는 미국이나 병사들은 다 같아. 전쟁을 시작한 것은 남자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어 일본은 졌으니까.”

음악으로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lucky strike라는 악단으로 조직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관계 회복(복원)의 상징적인 의미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관계들의 조화를 통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음악(여성)은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면서 관계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음악을 통한 이 젊은이들의 작은 노력은 그래서 큰 공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소죠는 음악을 통해 원폭피해자인 여동생과의 관계를 복원하려고 하며, 아키라는 피아노를 통해 동생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물론 히로유키의 죽음과 이치조와 형과의 불화는 관계 복원에 실패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커다란 힘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켄타로와 러셀의 음악을 통한 관계 회복(복원) 이나 소통도 인간성 회복이나 인류평화라는 보편적인 의미로 확대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회복(복원)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우리에게는 재미와 감동 같은 의미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