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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토라레

by 컴속의 나 2008. 9. 6.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미지 출처:www.koreafilm.co.kr/movie/revi





사토라레



한 인간의 머릿속 생각이 타인들에게 들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타인들의 머릿속 생각이 한 인간에게 들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러한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상상은 상상으로서 끝나버립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 왜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일까, 하고 그러한 상상의 의미와 관련된 질문은 던져 볼만 합니다. ‘사토라레’ 라는 영화가 이러한 상상을 조금 더 진전시켜 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은 호기심이 참 많은 존재입니다. 인간의 호기심이 미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 자신들에 대한 호기심도 그 예외가 아닙니다.

인간의 호기심이 인간 스스로에게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입니다. 도대체 인간(우리)은 무엇인가? 인간(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가? 인간(우리)은 왜 전쟁을 할까? 인간(우리)은 선한가, 악한가? 이러한 질문들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들이 이 지구상에서 좀 더 진지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3박4일의 일본 후쿠오카로 팩키지 여행과 이후 자유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이 두번에 걸친 관광을 떠나기 전까지 일본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일본에 대한 제 머릿속 생각과 태도는 관광 전과 후를 비교하면 전혀 다릅니다.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이 능동적인 노력으로 형성되었다기보다는 다소 민족주의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제 식민지 과거사와 독도문제에 빠져 극일, 혐일이라는 일본에 대한 경직된 생각이 다소 바뀐 것입니다. 최근 일본 영화를 자주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불일치에 대해 좀 더 일치된 생각을 갖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미지 출처:http://blog.naver.com/caek22?Redirect=Log&logNo=20028909648



 

일본과 일본인에 관련한 또 하나의 경험은 일본인들은 속과 겉이 다르다는 선입관이었습니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을 해도 속으로는 이를 갈고 있다는 식의 생각이 왜 일본인들에게만 그토록 집요하게 강요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다르게 표현하면 그것은 좀더 성숙한 인간의 자세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일본인들을 대하면서 그들의 속마음이야 어떻던, 형식적으로라도 친절과 예의가 몸에 박힌 태도에 차라리 호감이 갔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인간의 생각과 말의 불일치는 일치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생각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이 오히려 불일치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치 할 수 없는 것을 굳이 일치시키려 하기 보다 불일치를 철저히 숨기는 것 말입니다.


이렇듯 생각과 말이 불일치하는 인간 자신의 한계를 인간들은 부단히 일치시키려고 하거나 철저하게 숨김으로서 극복하려고 합니다. 이 일치와 숨김의 노력들은 우리 삶의 도처에서 보이는 형태로 또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강렬하게 또는 어렴풋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러한 숨박꼭질 같은 인간 삶의 모습은 때론 우습기도, 절망스럽기도, 슬프기도, 역겹기도, 기쁘기도 한 여러 감정들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감정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인간들의 피할 수 없는 삶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어떠한 방식으로 바라보느냐는 우리의 태도이겠지요.   


인간의 안과 밖, 즉 생각과 말이 모순적이고 불일치하는 인간의 한계를 다루는 경우, 제가 접한 최근의 영화들은 그 모순이나 불일치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대체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 안과 밖의 불일치는 끝까지 극복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오히려 그 한계로 인한 비극적이고 파국적인 인간을 드러내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듯 합니다.(물론 간절한 의도는 일치를 지향하고 있겠지만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미지 출처: daiquiri.egloos.com/1641885



일치는 가능하지도 않으며 인간은 생각과 말의 불일치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합니다. 많은 영화에서 한 인간과 현실의 불일치는 메워지기보다는 끝까지 어긋나면서 비극적 파국을 맞이합니다. 예술의 도덕적, 교훈적인 역할이 약화 된 것은 오래전 일인 것입니다.

 



이제 사토라레로 돌아갑시다. ‘사토라레’ 는 생각이 타인들에게 들리는 기이한 특성을 가진 인간을 지칭합니다. 안(마음, 생각)과 밖(말, 언어)의 불일치와 모순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영화 ‘사토나레‘에서 이러한 안과 밖의 불일치를 접하는 시선들에는 비극적이라거나 진지함은 그다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왁자지껄하고 코믹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사토라레의 특이성은 놀랄만한 것이지만 생각과 말의 불일치는 당연한 것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비극적 인식은 다소 드러나는 편이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성격을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교훈적인 장면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안과 밖 중에서 보이지 않는 것(마음)에 대한 애정이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말보다 안에 갇혀 드러나지 않는 마음에 대한 애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말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생각(마음)이 외부로 들려 난처한 경우가 많지만 마음과 마음이 소통되는 것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대사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말로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많아져서 도리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 일도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 때문에 괴로워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이런 시대가 사토라레들을 태어나게 하는지도...... 우리 모두가 사토라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우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여러분들도 우리의 머리 속이 투명해 진다면 - 우리의 생각이 타인들에게 들린다면- 어떻게 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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