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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꽁트] 신 벌거벗은 임금님

by 컴속의 나 2008. 7. 30.



신 벌거벗은 임금님

-모두들 거짓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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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였으나 그다지 오래전 과거가 아닌 어느 적(2456년경)에,  한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그 임금님은 젊은 시절 방탕하게 생활하였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여자를 탐했고 심지어는 아편과 마약을 하고 혼몽한 상태에서 온갖 종류의 엽기적인 일을 자행했다. 이를테면 인간을 똥통에 빠트린후 득실거리는 쥐들 사이에 밀어 넣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 벌레들의 먹이로 던져대기도 했다. 그는 이런 엽기 짓을 하면서 항상 괴성을 내질러댔는데 마치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와 흡사했다. 그렇게 방탕하고 엽기적인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보니 임금님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바로 누드우스 시바르호모우스 14세다. 애칭으로 누드 시발노르 왕으로 불린다.

죽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의 아버지, 시발리우스 시발리네 3세(재임기간 2398-2455)는 무척이나 혈기왕성했다. 갑작스런 죽음이 그를 덮치리라고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시종들에 따르면 시발리우스 시발리네 3세는 아침부터 꽥꽥거리면서 폭식을 하고 마리 포르노네트 왕비와 씩씩거리며 정사를 즐겼고 이웃의 작은 나라로부터 거둬들인 조공을 허허거리며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 조공의 80%가 왕실의 품위와 시설 유지비로 사용되었다. 그 항목 중에 하나를 들자면 150여 마리의 애완동물의 배설물 처리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150여 마리 애완동물은 왕궁 건물들의 서쪽 왕궁 전체를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별채를 따로 이름 지어 딴나리아라고 불렀다. 10%가 그 나라의 수도 조덴스덴에 있는 중앙정신병원에 지원되었으나 서민들의 치료비가 아니라 실상은 왕족들의 요양비나 치료비로 사용되었고 5%가 감옥의 유지비로, 남은 5%가 군대의 지원금으로 하사되었다. 시발리우스 시발리네 3세의 사망원인은 추측들이 난무하기는 하였으나 끝까지 밝혀지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시발리네가 마리 포르노네트의 배위에서 코를 박고 죽었다는 사실 뿐. 또한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신음 같기도 하고 모호한 대답 같기도 한 ‘으흐~~으으응‘ 소리였다는 것 뿐.


왕비 마리 포르노네트는 시발리우스 시발리네 왕의 시해 혐의를 덮어쓰고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녀가 마지막 남긴 말은 “시발리네는 죽지 않았다. 그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 속에 영원히 살아있으며 나는 시발리네의 천국이다.” 그녀의 이러한 말은 끝까지 왕의 시해 혐의를 거부함과 동시에 자신의 신성을 주장하는 것이기도 했다. 만약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죽어서도 아니 되고 죽여서도 아니 되었다. 그녀가 곧 시발리우스 시발리네였으니 말이다.


마리 포르노네트는 시발리네 왕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의 누이이기도 한 따따날리아 황후였다. 말하자면 마리 포르노네트는 시발리네와 남매사이인 것이다. 마리 포르노네트는 거둬들인 국민 세금의 15%를 그녀의 품위 유지비에 충당할 정도로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다. 백성은 그녀의 시종시녀들에 불과했다.


이런 시발리우스 시발리네와 마리 포르노네트 사이에서 태어난 임금님이 바로 누드우스 시바르호모우스 왕이다. 시바르호모우스 왕은 아버지의 저속하고 야비함에 어머니의 허영심과 호색기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기에 더해 엽기적인 잔혹함까지 더해졌던 것이다. 조덴스덴의 10%를 차지하는 왕궁에 머물면서 그가 하는 짓들이란 엽기적인 행각들이었으며 백성들과의 접촉이나 대화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에게 백성들이란 왕궁을 유지하는 일꾼들에 불과했다.


임금님이라고 하면 위엄있고, 근엄한 모습을 연상할 것이지만 시발리네나 마리와는 달리 누드우스는 전혀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야만에 가까웠다. 아무리 시발리네나 마리가 왕과 왕비로서 자격을 상실하고 있었지만 위엄과 근엄함만은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척은 했다. 그러나 누드우스는 위엄과 근엄함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생긴 것도 그에 걸맞았다. 다람쥐와 하이에나를 합쳐놓은 듯한 이상야릇한 동물을 연상케 했다. 누드우스는 마치 아프리카의 부시맨처럼 옷을 훌렁 벗고 왕궁의 실내나 정원을 돌아다녔으며 맨손으로 밥을 먹고, 팬티만 입고 집무실에 앉아 집무를 보거나 벌거벗고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심지어는 홀딱 벗고 찬란한 햇살이 드는 창가에서 춤을 추거나 자위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왕비인 까따리나 꼴리넬 몰래 근처에 있는 시녀들을 불러들여 부적절한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처있는 귀족이나 시종시녀들 아무도 누드우스가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도 함께 벗고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잠시 왕비 까따리나 꼴리넬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겠다. 왕비 까따리나 꼴리넬은 마리처럼 사치스럽기는 하나 무기력한 여자였다. 까다리나는 더 넓은 왕궁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왕비의 방에 머물면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침대에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뒤척거렸다. 그녀의 육중한 육체에서 가장 활기 있게 살아 움직이는 부분은 입이었다. 그녀는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지껄여댔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그녀가 엄청난 비만의 상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체중은 300kg에 가까웠고 살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녀의 침실 공기는 언제나 혼탁했다. 입으로 쉴새 없이 침을 튀기며 솟아내는 말들과 아래로는 빈번하게 뿜어내는 방구가스와 트림으로 침실은 악취로 진동했다. 그럼에도 까따리나는 마치 삶을 포기한 흉측한 동물처럼 창문을 열어 공기 소통이나 햇빛 한 번 들여보내지 않았다. 삶을 포기한 한 마리의 거대한 그러나 불쌍한 야생동물 같았다. 이런 그녀에게 색녀라는 말이 붙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 또한 누드우스 몰래 시종들을 침실로 불러들였고 시종들은 초죽음이 되어 나왔던 것이다. 심지어 몇 몇의 시종들이 질식사나 압사 당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누드우스 왕이 거구의 왕비 까따리나 꼴리넬 몰래 시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저지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 부적절한 행위를 한 시녀 중에 로라 리웬스키라는 러시아 출신의 시녀가 있었다. 리웬스키는 누드우스와 아주 잘 어울리는 시녀였다. 리웬스키는 개인적인 야심이 남달랐다. 그기다 까따리나 왕비에게 압사당한 한 젊은 시종과 내연관계였던 리웬스키는 왕비에 대한 복수의 염을 품고 있었다. 실제적인 권력과 애인의 복수가 동시에 리웬스키의 깊은 감정의 골속에 꼭꼭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하던 왕비의 자리에 오르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리웬스키의 모의와 관련해서는 독립된 글 을 써는 것으로 하고 여기에서는 멈추어야 겠다.


누드우스 왕의 기행은 성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한 기행이 아니었다. 누드우스 왕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각종 서류들로 똥을 닦거나 코를 풀어 그것을 시종에게 씹어 먹도록 했다. 그런 서류들 중에는 서민들의 호소문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 이유로 귀족들 사이에서는 백성과의 소통을 넘어 소화를 시키는 정도라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누드우스 왕에게 백성 따위는 그의 왕국을 지탱하는 부속물이거나 기계 장치에 불과했기에 형식상 백성들의 호소를 들어주는 척을 했지만 그 호소문들은 주로 화장실의 휴지로 사용되었다.


백성들은 화가 났다. 쇠락해가는 왕국을 지켜보면서 최악의 왕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횃불을 들고 왕궁의 담벼락 아래에서 “벌거벗은 임금님 옷을 입어라!” “야만의 임금님, 옷을 입어라!” 하고 목이 쉬도록 외쳐대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살과 창이었다. 때로는 뜨거운 물을 붓기도 했다. 성의 담벼락은 점점 더 높아져 감옥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에 백성들은 누드우스의 담벼락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항의도 위축이 되었다. 누드우스 왕의 막강한 친위대가 조덴스덴 전역을 돌며 불평 불만자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들였다. 이것을 백성들은 쥐도 새도 모르는 조덴스덴의 비극으로 불렀다. 조덴스덴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당시 조덴스덴의 인구가 120만이었으나 누드우스의 친위대가 휩쓸고 간 바로 직후에는 인구가 892,560명으로 줄어들었다. 감금과 추방과 행방불명이 그 주된 원이들이었다. 때문에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하지는 못하고 화병이 되거나 아니면 생각을 포맷해 버리는 체념과 자조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왕실을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누드우스 왕에게 옷을 입히려는 백성의 가련하고 안타까운 기대는 먼 하늘을 나는 불길한 블랙 버드가 되고 말았다. 파랑새는 아예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 세계로부터 ‘누드우스의 왕국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배하는 벌거벗은 왕국’ 이라 놀림을 받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조롱하거나 희화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였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지배하는 벌거벗은 나라의 벌거벗은 백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누두우스 왕은 벌거벗고 있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딴청을 피웠다. 그는 진정 벌거벗은 자들은 비록 옷을 걸치고 있지만 사실상 옷 같지도 않는 옷을 걸치고 있는 타인들이며 그들이야 말로 야만인들이라는 궤변을 토해내었다. 그는 인간만이 걸치고 있는 그 위선의 옷을 벗어버린 것이 뭐 잘못되었냐고 항변까지 했다. 그래 벌거벗었는데 배 한 번 째보시지! 하는 투였다.

“너희 가련한 백성들에게는 내가 벌거벗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마음의 문을 열어라! 본능의 문을 열어라! 진실의 문을 열어라! 양심의 문을 열어라! 그러면 이태리의 고급 원단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용의를 입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너희들이야 말로 벗고 있다. 옷을 입고 있되 옷 같지도 않은 옷을 입고 있다. 그런 따위의 옷을 입고 입었다고 말하지 말지어다! 벗어라! 벗어라! 벗어라! 그리고 크게 웃어라! 그러면 입을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벌거벗은 임금님, 옷을 입으세요! 하고 아무리 외쳐보아도 되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 그 현란한 궤변뿐이었다. 누드우스 왕은 위선의 옷을 벗어던졌다고 강변하지만 같이 벗고 있는 귀족들은 침묵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야만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한탄했다.(*)  (2008.7.30.12:45)

이미지출처: http://kr.n2o.yahoo.com/NBB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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