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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9 16:52

젊음과 늙음







 

젊음과 늙음


이해하지 못할 무지(無知)같은 것이 있다. 젊음과 늙음이란 현상에 대한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도 단단히 고정이 되어있어 마치 두 개의 사과처럼이나 독립된 어떤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젊음과 늙음 사이에는 연속하는 시간으로 이어져있고 미분할 수 있는 변화들이 연속적으로 내재한다. 결코 독립된 두 개의 실체가 아닌 것이다.


우선, 젊음은 인간들에게 맹목의 믿음 같은 것을 심어주는데 ‘젊음이란 현상’ 이 그것이다.  ‘젊음이란 현상’은 절대적으로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절대적인 젊음의 현상은 일종의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단지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변화하는 ‘생명’의 긴 기간에서 좀 더 활동적이고 좀 더 생기있는 시기가 있을 뿐이다. 도대체 젊음이 있다면 그 젊음이란 어떻게 정의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늙음에 대해서는 더욱 더 무지한 인식이 존재한다. 늙음은 젊음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아주 초라하고 볼품없으며 실용성도 없는 어떤 현상이란 믿음이 그것이다. 모든 인간들이 통과해야할 일종의 의식으로서 늙음에 대해 특히 ‘젊은이’ 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은 극단적으로 거부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늙음과 젊음이 이토록 이분화된 현상은 근대 산업사회의 부산물이라 감히 주장하고 싶다. 특히 오늘날의 정보화시대에서는 이러한 생각이 더욱 팽배해 있다. 사실 전통적으로 늙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경험이 누적된 지혜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늙음이 결코 피상적인 현상으로 삶과 유리된 소외되고 무기력한 추상화된 관념적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나이던 어른들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인간에게 나이는 그 자체로서 존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늙음은 삶의 저 바깥으로 추방당해 버렸다. 우리의 삶과는 관계없는 덜떨어지고 낡은 것으로 말이다. 경험과 지혜 따위는 현대적 가치들과는 공존하기 힘들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이러한 때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늙음이 이토록 무시되어 버린 다는 것은 자기 학대인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늙음을 통해 사라진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젊음과 늙음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다른 실체가 아니다. 젊음과 늙음은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에 나타나는 다른 현상일 뿐 독립된 두 개의 현상이 아니다. 늙음을 동떨어진 현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젊음의 부정이며 삶의 부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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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9 15:45

[꽁트] 거울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울은 모든 파편들을 잉태한다. 그 자신이 부서지면서까지도......



자료출처:wvs.topleftpixel.com/archives/..

거울
-거울은 알까, 그들의 속삭임을

나는 지금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의 손아귀에 뜯기고 뜯겨 온갖 장식으로도 가릴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다 늙어 버린 한 노인인, 나를 지금 바라보고 있다. 나의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의 본질을 단 한마디로 나타낸다면 슬픔이란 것이다. 삶에 대한 달관으로 고요히 잠들게 하지 못한 노욕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슬픔은 주름으로 뒤덮인 노화된 육체 속에 구속된 나의 젊은 영혼 때문이다. 늙음이 모든 과거를 주름으로 삼켜버리고 거울 속에서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늙음으로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내 젊은 영혼은 젊음을 원한다. 젊은 육체를 원하고 젊음의 언어를 원하고 젊음의 시간을 원하고 젊음의 공간을 원한다. 그러나 늙은 육신의 각질은 이 모든 것을 단단히 구속한다. 시간은 육체와 더불어 고뇌와 방황의 몸부림을 끝내라고 영혼에게 속삭인다.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라! 죽음에 영혼을 맡겨라!’

나는 슬프다. 시간이 흘러간다는 이 사실이. 시간은 내게 죽음을 재촉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 갈 길로 가버린다는 것이. 나는 본다. 거울 속 노화의 각질 속에 퀭하니 뚫린 두 눈에 잠긴 슬프디 슬픈 영혼의 그림자를. 제기럴!

나는 거울 밖을 본다. 화려한 색계이다. 싱그러운 여자의 육체가 있다. 푸르른 육체에 와 닿는 쾌감이 있다. 그 푸르른 육체를 부서질 듯이 안고 싶다. 그녀의 허리가 부서지도록 안고 싶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고 있다. 포갠 다리와 몸을 흔들고 있다. 그녀는 껌을 씹고 있다. 반나의 상체가 너무나도 탐스럽다. 내 젊음에 어울리는 반나의 푸르디 푸른 육체이다.

나 자신 만이 늙은 육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젊음도 나의 늙어버린 육신을 거부한다. 거울 속의 나는 체념할 수밖에 없다. 구속된 육체를 뚫을 수 있는 것은 상상력과 두 눈과 두 귀 밖에 없다. 나는 여자의 날씬한 육체를 훑어 볼 뿐이다. 고혹적인 목소리를 들을 뿐이다. 그녀의 나신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주름에 파묻힌 각질의 무심한 표정 뒤에 끓어오르는 욕정을 삭여야 할 뿐이다. 내 젊은 영혼은 각질화 된 육체 속에서 미치도록 방황할 수밖에 없다. 이 영혼의 방황은 조용히 사그라지거나 공짜로 탄 지하철 화장실의 변기 속에 자위의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각질을 뜷고 나온 고뇌의 흔적일 것이다.

늙은 육신은 내겐 고문이다. 그 늙은 육신을 반영하는 거울은 일종의 고문 도구가 된다. 그러므로 거울을 보는 것은 자학적인 행위이다. 그러니 거울은 깨어버려야 한다. 밟고 짓이겨야 한다. 세상에서 거울 따위의 쓸모없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나의 늙은 육신을 반영하는 거울은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러나 비극이다. 아무리 거울로부터 달아나려 해도 사방은 거울로 넘쳐난다. 거울로부터, 아니 거울에 비친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눈을 감는 것이란 건 견딜 수 없는 모욕이고 비극이다. 시간은 철저하게 젊음을 농락하고 비극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니 말이다. 눈을 감는다. 검은 어둠속에서 시간의 혓바닥에 닳아 쩍쩍 갈라져 버릴 각질화 된 육체 속에 갇혀질 운명, 내 젊은 영혼의 운명을 본다.

“자기야 다왔어!”

게집애가 몸을 흔들어 댄다. 꽤 긴 잠을 잔 듯하다. 나의 정면에 앉아있는 노인이 아직도 나의 거울처럼 앉아있다. 깨어버리고 싶다. 박살을 내 버리고 싶다. 내 젊은 영혼이 머물러야 할 곳이 저 노인의 다 늙어빠진 주름투성이의 육신 같은 곳이라니.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왜 나를 저 따위 주름투성이의 각질 속에 가두려고 하는가 말야! 자신의 분신처럼 나를 바라보는 저 노인은 미쳤음이 틀림없어! 슬픈 눈을 끔벅이고 있는 저 노인의 영혼은 썩어버린 것이 틀림없어! 저 주름투성이의 각질을 산산이 깨어버려야 해! 구속된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해! 젊음 육체와 쾌락을 마음껏 향유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도록 해야 해! 나는 거울을 박살내어야 해. 사방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계집애의 비명 소리도 들려온다. 작은 거울 조각이 내 얼굴에 박혀든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는다.

*

나를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했던 계집애가 내 곁을 떠났다. 나의 젊음에 눈부셔하던 계집이 나를 떠났다. 계집애들이 나로부터 떠난다는 건 흔한 일이다. 한 마리의 야수처럼 철창에  갇혀있는 나를 버리고 또 다른 젊음을 찾아 떠난 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작 단 한 번의 면회도 참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그러나...... 정말이지,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내가 박살내었던 거울 속으로 그녀가 스스로 걸어들어 갔다는 사실이다. 박살났던 거울은 직소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씩 붙어져 다시 반짝이는 거울이 되었던 것이다. 계집애는 나를 대신해,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의 죄를 대신해 노인을 가끔 문병한다고 했다. 그녀가 노인의 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의 주름투성이의 각질화 된 육체에 그녀의 나신을 맡겼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노인은 거울이었다는 것이다. 계집애는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말했다.

“노인은 내게도 거울이었지. 소중한 거울말이야. 나의 모든 탐욕를 채워 줄 수 있는 재력이 그에겐 있었거든. 후후. 나는 그 거울을 통해 나의 호사스러운 미래의 행복을 보았거든. 너 처럼 젊음 하나로 날 뛰는 불쌍한 영혼이 이젠 싫거든. 잘 있어!”

(2008.1.24.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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