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입니다. 아이들 신학기 참고서 구입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서점을 들렀습니다. 그때 큰 아이가 이 책 <브이 포 벤데타>를 꼭 사달라고 하더군요. 들고 졸졸 따라다니다 싶이 해서 가격이 비쌌지만 끝까지 읽는다는 약속을 하고 구입을 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저는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읽겠다니 한편으론 대견스럽기도 해서 구입했던 겁니다.
그런데 아뿔싸, 책값을 지불하고 아이가 포장 비닐을 뜯자 마자 만화책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참 후회가 되더군요. 겉으론 별 내색을 안했지만 참 한심한 짓을 했구나 하고 탄식이 절로 새어나오더군요. 만화책에 거금을 들인 꼴이 여간 우습지가 않았죠(저의 기준으로는 말이죠. 다른 책을 쌌더라면 몇 권인가, 이런식의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 후로 이 책을 아이가 읽고 재미있다고 해도 저는 그러려니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대수롭지 않는 만화책 정도로 치부해 버렸던 겁니다. 차라리 교육용 만화책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만 밀려오더군요, 아이가 틈틈히 읽는 모습도 영 마뜩치가 않았습니다. 뭐가 될려고 한가하게 저런 책이나 읽고 있는지(이상하게 큰 아이는 백남준이니 팀버튼이니 하면서 제가 보기엔 아이들에겐 걸맞지 않는 책을 사달라고 했고 마지못해 사주었거든요.).
그런데 2월쯤인가요, 블로그에서 이 책이 자주 등장하고 영화까지 소개되면서 도대체 이 만화가 무어길래 이렇게 블로그에까지 뜨고 난리지, 하고 의아해 하다가 3월 초쯤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기는 했지만 1장(Chapter) 만 읽고 덮어 둔 상태가 지속이 되었습니다만...... 이 만화 책을 읽고 제가 얼마나 멍해졌는지 모릅니다. 만화에 대한 선입관이 얼마나 강했는지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DVD도 보게 되었습니다. 또 멍해지더군요. 그 DVD의 내용이 제가 읽은 1장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으악~~고작 1장(Chapter)만으로 이런 영화가 만들어 졌다면 앞으로 얼마나 무궁무진할까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놀랍더군요! 고작 1장 만으로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지다니! 맙소사! 그런 만화책이었던 겁니다.
아이에게 고맙더군요. 아이는 어쩌면 아빠를 안타깝게 여겼을까요? 모르긴 하지만, 이번에 아이에게 크게 한 수 배웠습니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앨런 무어를 알게 되었고, 브이 포 벤테타를 알게해 주어서 말입니다.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를 강력하
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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