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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흔적들

이청준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by 컴속의 나 2008.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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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청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언제였던가. 내가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을 접한 때가 한 12,3년쯤은 된 것 같다. 아니 넘은 것도 같다. 어느 소설집속의 <눈길>이란 단편이었는데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눈길을 함께 걷던 모자의 모습과 눈길에 찍힌 아들의 발자국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다시 돌아서던 어머니의 모습. 지금도 <눈길>의 두 모자와 그 눈길에 찍힌 발자국의 이미지가 눈 앞에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 장편소설《흰옷》을 읽으면서 남북 분단과 이념 과잉이 빗어온 비극에 대한 가슴시리도록 애뜻한 감정을 읽었던 기억,《축제》를 읽으면서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담담한 화자의 모습이 오히려 애틋한 슬픔을 자아내던 애절한 한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어머니를 위해 지은 성인 동화 《할머니는 꿈을 먹고 자라는 할미꽃이란다》에서 자꾸만 작아져 가는 어머니의 모습과 더불어,  눈길에서 함께 걸었던 그 어머니의 죽음이었기에 더 가슴이 시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후로 나는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읽고 난 뒤의 그 감동적인 여운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젊은 감각과는 약간은 어울리지 않았던 듯도 싶다. 그래서 였을까 그 때 한 창 인기를 구가하던 신경숙, 윤대녕, 김연수, 구효서 등의 일군의 젊은 작가들에게로 눈을 돌린 것이 기억난다. 지금 되돌아보면 유행에 민감하던 나의 가벼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소설에 한 평생을 투신하면서 세상에 고민하고 인간에 대해 성찰해온 깊고 웅혼한 영혼을 버렸던 셈이된다. 이것은 내게는 참으로 크나큰 손실이기도 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세상을 힘들게 살아오신 모습으로 언제나 내게 비춰졌다. 물로 사진속에서, 글 속에서만이지만 그 모습에서는 슬픔이, 눈물이 그리고 한이 서려있는 모습이셨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눈길>의 그 한의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그랬기에 선생님의 글은 참 무겁다고 느껴졌었다. 너무나도 무거웠기에 나는 선생님의 글을 내려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냥 흘려보냈던 젊은 날이 선생님의 떠남과 함께 왜 이렇게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우리나라 소설 거목이셨던 이청준 선생님의 서거에 다시 한번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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