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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인가, 구걸인가?

by 컴속의 나 2008. 10. 25.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가 사실 전적으로 네티즌들과의 소통에 있지만은 않았다. 블로그 그 자체가 너무나도 신기했고, 또 광고 수익이 있다는 사실도 너무나도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꾸려나가면서 많은 좋은 이웃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고 교훈과 감동까지 받으면서 블로그의 가치가 더욱 확대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욱 솔직할 것이다. 신기함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일상화되고 그 신기함이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블로그 하면 그 신기함을 빼놓을 없지 싶다. 

그 신기한 구글 광고를 처음 달 때의 즐거움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천국에서 떨어진 사다리 같았다. 내가 글을 쓰고 그 글의 댓가를 광고로 받을 수 있다는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황홀하기까지 했다. 2008년 1월쯤이었으니 너무 늦게 알았다는 원망도 스쳐지나가기까지 했다. 아무튼 많은 블로거들에게 유익한 정보, 감동적인 글을 쓰면 댓가를 받는 다는 생각에 들떠 만약 이게 잘되면 내심 전업까지도 생각하기도 했다. 농담이 아니다. 사실 수입이 꽤 될거라고 생각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프의 직장보다도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직업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얼마나 생의 본질적인 문제인가! 미래가 보였다. 아니 돈을 벌고 싶었다. 최소한의 생계를 블로그를 통해 유지할 수 있다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모든 것들을 버리고 싶었다. 이 또한 농담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모든 생각  착각들을 이제서야 깊이 깊이 자각하고 있다. 참 삶을 한가하게 살고 있다. 우선은 참 슬프다. 황홀감이 사라졌는데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꿈이 게거품이 되었는데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열도 엄청나게 받았다. 결국 나의 인생은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것인가, 하고 맥없이 한숨이 나왔다. 왜 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없는가,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 수 없는가? 이러나 나이들고 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어야 하나, 하고 신세 한탄 원망도 많이 했다. 사람이 말이지 좀 재미있게 살다가 가야지 하기 싫은 일 어기로 하면서 가는 게 행복일까? 사실 사람들 마다 처지가 다르고 나의 불행이 남들에게는 큰 행복으로 보이기도 하겠고, 행복을 보는 시선도 다 다르겠지만, 아무튼 나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나의 꿈은 깨어졌고 황홀감과 기대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제 구글 광고를 붙이다 보면 마음으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서글픔도 몰려온다.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낙엽들을 온몸을 휘감는다. 구글 광고 클릭이 그리도 어려울까? 댓글 다는 것 보다 훨씬 쉽지 않는가? 손해날 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그런데...왜....내 글의 구글 광고는 찬밥 신세여야 하는가? 광고 수익의 그 신기함이 사라져 버리면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글에 붙어 있는 구글 광고를 보면 마치 구걸하고 있는 내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어쩌다가 이렇게 노숙자의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는지 가슴이 너무 심하게 아려 온다. 나의 꿈이었던 광고 수익, 나를 황홀과 신기함으로 몰아넣었던 광고수익이 이제는 구걸로 전락해 버렸다니 나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도 구글 광고 코드를 가져와 붙이면서 한탕  로또 만큼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내 글의 댓가만큼(물론 쥐꼬리겠지만) 밭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자녀 어학 연수나 고액 과외 포함)만 유지 할 수 있다면 이 블로그가 곧 나의 직업이요, 직장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또 눈을 한 번 깜빡여보면 착각인었던 것을......구걸이 되어 가는 구글 광고를 보면서 다시 슬픔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