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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20

토니 타키타니 토니 타키타니 단편소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의 이 영화는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를 영상화한 것입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에 다소 짧은 편(76분)이지만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옵니다.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에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하루키의 소설(읽는 것은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가 유일하지만)과 마찬가지로 경쾌하고 간결한 문체를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면 경쾌해지고 또 스타카토의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단문과 단문사이의 여백은 ‘인상’을 만드는 유용한 공간으로 존재합니다. 선에 비유하자면, 점선이 완전한 선은 아니지만 더욱 인상적인 선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점과 점 사이의 공간 덕분입니다. 실선은 완전하나 점선보다 인상.. 2008. 8. 26.
아주 사소한 것들의 의미 영화 ― 아주 사소한 것들의 의미 영화의 매력은 해석이나 설명 따위로는 도무지 접근할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비경험적인 개체들의 감정과 심리와 행위를 영상으로 전달하는데 있다. 이것은 소설의 묘사나 시의 상상력보다 즉발적인 감동을 제공함을 의미한다. (이하 로 줄임) 는 이러한 등장 인물간의 감정과 심리를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그냥 내보여주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 특히 상처받은 인간들의 관계의 진정성은 거친 삶의 파도 이면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즉, 감정과 심리와 표정의 다소 정적이며 사소한 것들의 흐름 속에 아주 다이내믹한 동적인 요소(사랑, 치유, 이해 등)들이 종횡무진으로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신경증에 시달리는 유달(잭 니콜슨)은 세상을 거부하며 비정상적인 자기중심적 일탈의 세계에 .. 2008. 8. 5.
무사의 체통(3) 무사의 체통(3) ― 누구의 사랑이고 명예인가? 의 영어 제목 은 영화의 내용을 왜곡하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 제목 이 영화의 내용에 적확하다고 여겨진다. 영화의 내용으로 볼 때 사랑은 무사의 명예(체통)에 종속되기 때문에 그렇다. 일본의 전통적인 미덕을 love 와 honour라는 단어로 소개하려고 한 듯 하지만 기실 영어 단어 love와 honour의 의미를 변질시키고 왜곡시킨 일면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것의 영제를 라는 기만적인 미화보다는 일본어 제목과 마찬가지로 사무라이라는 한정사를 붙이는 것이 보다 솔직하다고 본다. 그것은 ‘사무라이의 사랑이고 명예’ 이지 인류의 보편적인 사랑이나 명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이냐 무사의 사랑이냐를 떼어놓고 볼 때, ‘무사의 관점‘ 에서.. 2008. 7. 28.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기이한 만남과는 달리 헤어짐의 담담함은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며 그 메시지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예상치 않게 만난 예상치 않은 존재는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 있지만(숭고함에 가까운 감정이던 호기심이던), 헤어짐은 이러한 만남과는 달리 우리 일상의 한 단면을 통속적으로 보여줄 뿐이다(일순간의 동정이었을뿐). 꿈에서 깨어나는 아쉬움이라고 할까? 끝까지 조제를 책임져 주길 기대하는 우리의 상상적인 기대를 여지없이 배신해버리기 때문이다. 숭고함(또는 호기심)이 일상의 것으로 추락할 때 우리의 실망은 얼마나 클 것인가? 그러나 또 우리가 인정해야할 우리의 일상이기에 우리는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정의 변화에 솔직해.. 2008.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