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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2

잡글 인간 잡글 인간 “인간들은 엉덩이에 눈이 붙어 있다. 하의(下衣)는 언제나 큰 구멍이 두 개가 뚫어져 있다. 그 구멍으로 큰 두 눈이 깜빡거린다.” 꽁트 중에서 그의 별명은 잡글 인간이다. 그의 삶이 잡글처럼 잡스럽기만 해서 그가 쓰는 글도 장르불명의 잡글 처럼 잡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별명은 다른 사람이 붙여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붙인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서다. 그에게 유감인 점은 자신이 꽁트라고 생각하는 글이 소설, 더 나아가 웅대한 서사소설로 확대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축소되어서 꽁트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잡글이나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인식과 사고의 얄팍함에 대한 자조인 셈이다. 즉, 그에게 잡글 인간이란 말은 그렇게 잡글 밖에 쓸 수없는 운명과 동격인 것이다. 그의 삶이 잡글 처.. 2008. 8. 3.
[꽁트] 두더지 모텔 403호, 고호의 그림 두더지 모텔 403호, 고호의 그림 그녀가 다가와 “진한 커피 한잔해요.”라고 말했을 때, 그는 이것 봐라, 하고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진한 커피 한잔해요.’ 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기 때문이었다. 약간은 촌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여자를 꼬실 때 언제나 ‘진한 커피 한잔해요.’를 낚시 바늘의 지렁이 미끼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진한 커피 한잔해요.’ 의 의미는 미끼가 아니라 아주 순진하고 애교있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진한 커피 한잔해요.’ 가 아니라 다른 표현으로 다가왔더라면 그는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부모만큼이나 애지중지 사용하는 ‘진한 커피 한잔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와의 예사롭지 않는 관계를 상.. 2008.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