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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9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아내는 비행기를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탈 때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아내는 버스를 타기만 해도 심한 멀리를 하는 체질이었다. 공항에서 멀미약을 사서 마신다, 멀미 방지용 테입을 귀밑에 붙인다 하고 부산을 떨었다. 가족들의 마중을 뒤로하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 아내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보다도 멀미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장부 같은 아내도 멀미 앞에서는 꼼짝을 못했다. 그런 그녀였기에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내심 덩달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동안 눈을 감고 나의 목을 꽉 잡는 것을 끝으로 그녀의 멀미에 대한 근심이 막을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멀미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멀미의 걱정에 가리어졌던 기대감.. 2008. 10. 23.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아프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날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떠났고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녀는 막 비행기를 탔다고 휴대폰에 메일을 남겼다. 퇴근 후 나는 그녀에게 나오라고 한 카페의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서 그녀가 남긴 메일을 읽고 말았으니, 운치 없고 분위기를 모르는 휴대폰이었다. 남녀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결말의 한 방식일 뿐이었지만 나는 가슴속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몇 방울의 눈물을 더 떨어뜨려야만 했다. 나는 치질이 심했고 그 통증은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치질의 쓰라림. 그녀와 나란히 앉아 어렵게 영화를 보던 시간들, 나의 속사정도 모르고 똥침을 놓던 그녀의 천진난만함, 공원 벤치에서 그녀가 내 허벅지에 앉아 하늘의 별들을 세며 .. 2008. 10. 18.
운수 나쁜 날 운수 나쁜 날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것이었다. 구입한 자가용을 운전하는 첫날이었다. 김 교수는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차를 여태껏 구입하지 않았다. 면허증은 오래 전에 발급 받았지만 왠지 차를 구입하는 것이 그리 마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교통 문화에 대해 너무 회의적이었고 지하철이 편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닦달과 아이들의 성화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사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차가 없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마침 이름 있는 자동차 회사에서 ‘왕창 파격 세일’ 이란 이름을 걸고 승용차를 판매했기에 내친김에 구입을 했던 것이다. 일주일 간 도로 연수를 했지만 혼자서 차를 몰고 도로를 나선 김 교수는 긴장하지 않을 .. 2008. 10. 16.
콘돔 논쟁은 없다 콘돔 논쟁은 없다 -제목과 읽기의 현혹 사실 이 글은 콘돔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글입니다. 따라서 콘돔이란 단어와 관련된 것들을 상상하고 클릭해 들어왔다면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무시하고 바로 나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속았다는 모욕감과 부푼 기대에 대한 실망스러움, 욕구가 드러난 수치심 때문에 솟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고귀한 입으로 저질스런 욕설을 퍼붓거나 증오의 댓글을 달아도 상관없습니다. 기꺼이 받아드리겠습니다. 이 글이 콘돔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물건으로써 '콘돔' 이 아니라 글의 제목으로써 '콘돔' 과는 아주 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의도되고 계획되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해야겠습니다. 우선, 제목(기호)의 성격과 우리의 인식이 연.. 2008.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