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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9

목욕탕의 추억(2) 목욕탕의 추억(2)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목욕탕 가는 것이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그 두려움은 뜨거운 물에 대한 두려움이라거나, 피가 나도록 까칠한 때밀이 타월로 등껍질이 벗겨지도록 박박 문질러대던 시력 나쁜 엄마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라거나, 욕탕에서 물속으로 머리를 강제로 밀어 넣곤 하던 삼촌의 잔인성에 대한 두려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목욕탕 자체에 대한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아버지가 하던 작은 떡집이 망하고 말았다. 사업이 망한 결정적인 이유는 보증을 잘못 선 탓이지만, 그 이전부터 아버지의 가게는 내리막길이었다. 떡에서 쥐꼬리가 나왔을 때만 해도 동네 사람들은 이해해주었다. 그러나 두 달 뒤 바퀴 벌레가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세 .. 2009. 1. 31.
목욕탕의 추억(1) 순결한 수산나, 헤너 목욕탕의 추억 어린 시절 목욕탕은 놀이터와도 같은 곳이라 생각할 것이다. 오늘날의 수영장을 대체하는 의미가 있었다거나, 엄마와 함께 여탕으로 가던 추억이나, 목욕후 아빠가 사주던 짜장면에 대한 추억들 따위로 어린 시절과 목욕탕을 낭만적으로 연결 지으려고도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 추측은 9할 정도는 맞을지도 모른다. 목욕탕이 낭만적인 곳이었다는 생각은 보편적인 생각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목욕탕에 대한 기억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엄마와 함께 여탕을 이용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간혹 여탕에서 목욕하기도 했다. 이건 내겐 낭만이 아니라 차라리 악몽이었다. 엄마의 편리를 위해 희생된 비극적인 결과였다. 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심지어 나.. 2009. 1. 22.
벌거벗은 여인들의 정체 벌거벗은 여인들의 정체 세상에는 수많은 만남들이 존재하지만 만남에 대한 희망에 비해서는 그 수가 적을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는 만남들이 수많은 만남들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세상은 또 그런 만남을 거품처럼, 아니 윤활유처럼 해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꼭 원하는 만남을 가슴 속 깊이 묻어 둔 채로 원하지 않는 만남으로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이유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택배가 올 것이라는 것을 전화로 알고 있었기에 아무 거리낌 없이 문을 열었다. 택배회사 로고가 붙은 모자나 옷을 입은 택배회사 사원이 아니라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있는 여자였다.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이었다. 나는 급하게 문을 닿으려.. 2009. 1. 19.
변소 기행 변소기행(便所奇行) 남녀가 한데 모여 있어야 돌아가는 이 세상에는 그와는 반대로 남자와 여자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중목욕탕과 화장실이 그러한 공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우리와 마찬가지라 봅니다. 이렇게 남녀를 구분하는 이유가 사회적인 금기로 관습화된 것은 나라마다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원천적으로 이성을 허용하지 않는 목욕탕과는 달리 사실 화장실은 목욕탕처럼 남녀 구분이 엄격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급한 경우에 여자가 남자 화장실로, 남자가 여자 화장실로 뛰어 들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남자가 여탕으로 뛰어들었다고 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화장실이 이성에 관한한 .. 2008.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