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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노래가 있는 꽁트] 원더풀 투나잇 원더풀 투나잇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었다. 죽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신호에 걸려 있는 동안 건널목 중앙선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강아지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강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면서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출근길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찍 집을 나와 일찍 직장에 도착하는 여유로움을 누리기에는 나의 아침은 분주하고 여유가 없었다. 그것은 야행에 길들여진 나의 생활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직장을 다녔지만 나 혼자 가질 수 있는 밤의 시간을 즐겼다. 영화를 보고, 소설이란 걸 끌쩍거려 보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방해하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그것은 더 없는 행복이었다. 독신.. 2008. 10. 19.
한글이 없다면?(2) 세계 언어 지도상(지도1)으로 볼 때 많은 국가들이 라틴 알파벳으로 글을 표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은 전부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는 국가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의 식민지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면 이러한 일개 언어의 독식 현상은 인간과 인간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라틴 알파벳이 단일한 언어로 통일되었다는 것은 그 통일의 이면에는 인간의 잔인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하기 이전에 다양한 언어가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틴 알파벳의 언어 지배 현상이 그래도 차단된 곳이 아래 언어 지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대체로 러시아어와 아랍어, 한자어, 동남아시아 국가들.. 2008. 10. 18.
사랑은 아프다 사랑은 아프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날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떠났고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녀는 막 비행기를 탔다고 휴대폰에 메일을 남겼다. 퇴근 후 나는 그녀에게 나오라고 한 카페의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서 그녀가 남긴 메일을 읽고 말았으니, 운치 없고 분위기를 모르는 휴대폰이었다. 남녀 사이에 흔히 벌어지는 결말의 한 방식일 뿐이었지만 나는 가슴속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도 몇 방울의 눈물을 더 떨어뜨려야만 했다. 나는 치질이 심했고 그 통증은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치질의 쓰라림. 그녀와 나란히 앉아 어렵게 영화를 보던 시간들, 나의 속사정도 모르고 똥침을 놓던 그녀의 천진난만함, 공원 벤치에서 그녀가 내 허벅지에 앉아 하늘의 별들을 세며 .. 2008. 10. 18.
운수 나쁜 날 운수 나쁜 날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것이었다. 구입한 자가용을 운전하는 첫날이었다. 김 교수는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차를 여태껏 구입하지 않았다. 면허증은 오래 전에 발급 받았지만 왠지 차를 구입하는 것이 그리 마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교통 문화에 대해 너무 회의적이었고 지하철이 편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닦달과 아이들의 성화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사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차가 없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마침 이름 있는 자동차 회사에서 ‘왕창 파격 세일’ 이란 이름을 걸고 승용차를 판매했기에 내친김에 구입을 했던 것이다. 일주일 간 도로 연수를 했지만 혼자서 차를 몰고 도로를 나선 김 교수는 긴장하지 않을 .. 2008.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