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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일본영화] 자토이치(3) 이미지출처: www.sung-ho.pe.kr 자토이치(3) -마이너리티 리포트 맹인 자토이치는 로닌(浪人)이다. 로닌은 사무라이의 위계질서에 편입되어 정착하지 못한 사무라이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로닌은 소속된 조직이 없는 소속 외적인 존재라 할 수 있다.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떠도는 사무라이라고 하면 된다. 자토이치는 외관상 어떠한 조직에 소속되기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아주 현대적인 외관을 하고 있다. 머리는 노란 염색에 가깝고, 의복 또한 마찬가지이다. 머리모양과 의복만을 놓고 보면 자토이치는 21세기의 인물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자토이치의 외관은 격식을 파괴하고 있다.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자토이치를 만나 자토이치를 통해 대리 복수를 하는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하나같이.. 2008. 4. 20.
[꽁트] 사랑은 아프다 사진출처: www.flickr.com/photos/micti2007 사랑은 아프다 아름다웠다, 그 노래는. 박자나 음정 따위 가식적 장식에 불과할 뿐, 투박하고 거친 그 음악은 정녕 아름다웠다. 귀로 듣는 노래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노래, 그랬다. 그랬기에 그 노래는 정녕 아름다웠다. 그 노래를 그토록 애잔하게 부른 그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그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잔인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 날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를 떠났고 나는 그녀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녀는 막 비행기를 탔다고 휴대폰에 메일을 남겼다. 퇴근 후 나는 그녀에게 나오라고 한 카페의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서 그녀가 남긴 메일을 읽고 말았으니, 운치 없고.. 2008. 4. 20.
[꽁트] 두더지 모텔 403호, 고호의 그림 두더지 모텔 403호, 고호의 그림 그녀가 다가와 “진한 커피 한잔해요.”라고 말했을 때, 그는 이것 봐라, 하고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진한 커피 한잔해요.’ 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기 때문이었다. 약간은 촌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여자를 꼬실 때 언제나 ‘진한 커피 한잔해요.’를 낚시 바늘의 지렁이 미끼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진한 커피 한잔해요.’ 의 의미는 미끼가 아니라 아주 순진하고 애교있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진한 커피 한잔해요.’ 가 아니라 다른 표현으로 다가왔더라면 그는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부모만큼이나 애지중지 사용하는 ‘진한 커피 한잔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와의 예사롭지 않는 관계를 상.. 2008. 4. 18.
[꽁트] 우아한 인생 우아한 인생 지하철을 타러 간다. 지하철을 타지 않으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하고 버스를 타지 않으려면 걸어야 한다. 자주 걷지만 신고 있는 구두 때문에 걸을 수가 없다. 굽이 떨어진 건 오늘 오후다. 오늘 오후에는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이 바쁘다. 커피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다. 좋다는 원두커피는 마다하고 커피믹서를 즐겨 마신다. 고객들이 몰려온다. 고객들이 뒤섞인다. 그런 혼란에도 일정한 질서는 있다. 번호표를 한 장씩 들고 있다. 번호표는 무언의 약속이다. 소파에 앉아도 있다. 고객들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돈을 인출한다. 돈을 예금한다. 돈을 이체한다. 통장을 보며 투덜거린다. 통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현금지급기에도 고객들이 줄서있다. 카드를 현금지급기의 투입구에 넣고 입출금의 액수 버튼을.. 2008.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