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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흔적들

낡은 것은 사라진다, 휴대폰 교환

by 컴속의 나 2009. 6. 2.



휴대폰을 바꾼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일상의 흔적쯤으로 남겨놓자 하고 사진을 찍어 놓았었는데 미루고 하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겹쳐 이제야 포스팅을 합니다. 별 영양가 없는 포스트로 이웃님들 눈만 어지럽히는 건 아닌지...예쁘게 봐주세요^^(휴대폰이 하는 말 입니다)



정확히 언제 구입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TV홈쇼핑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 당시에 휴대폰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도 않았고 오히려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터라 아내가 구입을 하고 아내가 사용하던 것입니다. 저는 끝까지 휴대폰 없어도 괜찮다고 우기면서 제 것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새 것을 구입하면서 억지로 제가 물려 받은 것입니다. 처음 부터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고 그랬기에 애착도 갖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용도 거의 하지 않았구요. 시대의 조류를 완전히 거스른 셈이지요. 만인의, 특히 연인들의 필수품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만 있었으니 정말 시대에 뒤처진 이방이었을까요.
 



저 선택 버튼 보시면 알겠지만 엄청 세게 그것도 연속적으로 눌러대야 운좋게 모니터가 뜨고 메일을 확인하고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닳아 있는 것입니다. 선택 버튼 누르면서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고 엄청 짜증이 나기도 했구요. 아무튼 선택 버튼이 파워 버튼과 같은 것인데 이게 이 모양이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게 제가 많이 사용해서 저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 모니터와 버튼 패널이 부서져서 무려 12만원을 들여서 고쳤던 이후 그런 징후를 보이다가 급기야는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되더군요. 교환할 무렵에는 완전히 식물 휴대폰이 되었습니다.




제게는 그야말로 거품이 많았던 휴대폰입니다. 거의 사용조차 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꼬박꼬박 기본료를 포함해서 2만여원의 사용비가 나왔습니다. 이거 완전히 손에 들고만 있으면서 들고 있는 댓가로 달마다 거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실이 정말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이제 휴대폰을 폐기하고 나면 다시는 휴대폰을 가지지 않겠다. 저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정말 우습게 들리죠.





밧데리는 또 어땠을까요? 밧데리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충전도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수명이 다 되어 가는 중이었습니다. 인간으로 따지면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심장이라고 한다면 심장의 기능이 거의 멈춘 상태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면서 좀 서글퍼 지네요.  굿바이!





아내가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휴대폰을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하였지만 아내는 공짜폰이라는 걸로 그것도 카플폰이라는 것으로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것과 제 것과 함께 두 개나  교환을 한 것입니다. 휴대폰이 없으면 않된다고 하면서 억지로 내미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정말 휴대폰이 꼭 필요한 것일까요? 제가 너무 케케먹은 것일까요? 시대의 트랜드와 변화를 거역하는 시대 거부의 이방아일까요? 한참을 생각해 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도태되는 것과 도태 시키는 것. 이렇게 휴대폰들은 교체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이제 영영 사라져 버렸고 다른 하나는 제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또 새로운 것에 의해 도태되고 사라지겠지요. 사실 교환한 저 쇼에 능란한 저 새로운 휴대폰도 최신의 것은 아닙니다. 이웃님들께선 저에게는 새로운 이것이 낡은 것으로 여겨지시나요?


휴대폰 교환으로 얻은 하나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제 보잘 것 없는 꽁트의 모티브를 제공해 준 것입니다. 한 번 읽어 주시겠습니까?   2009/05/07 - [꽁트] - 전업 주부를 마치고 나면 녹색 운동가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