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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53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아내는 비행기를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탈 때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아내는 버스를 타기만 해도 심한 멀리를 하는 체질이었다. 공항에서 멀미약을 사서 마신다, 멀미 방지용 테입을 귀밑에 붙인다 하고 부산을 떨었다. 가족들의 마중을 뒤로하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 아내는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보다도 멀미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대장부 같은 아내도 멀미 앞에서는 꼼짝을 못했다. 그런 그녀였기에 옆에서 지켜보던 나도 내심 덩달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이륙할 때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동안 눈을 감고 나의 목을 꽉 잡는 것을 끝으로 그녀의 멀미에 대한 근심이 막을 내렸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멀미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멀미의 걱정에 가리어졌던 기대감.. 2008. 10. 23.
[노래가 있는 꽁트] 원더풀 투나잇 원더풀 투나잇 강아지 한 마리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었다. 죽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신호에 걸려 있는 동안 건널목 중앙선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강아지를 내려다 보았다. 나는 강아지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면서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출근길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찍 집을 나와 일찍 직장에 도착하는 여유로움을 누리기에는 나의 아침은 분주하고 여유가 없었다. 그것은 야행에 길들여진 나의 생활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직장을 다녔지만 나 혼자 가질 수 있는 밤의 시간을 즐겼다. 영화를 보고, 소설이란 걸 끌쩍거려 보기도 하고, 책을 보면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방해하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그것은 더 없는 행복이었다. 독신.. 2008. 10. 19.
운수 나쁜 날 운수 나쁜 날 김 교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것이었다. 구입한 자가용을 운전하는 첫날이었다. 김 교수는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차를 여태껏 구입하지 않았다. 면허증은 오래 전에 발급 받았지만 왠지 차를 구입하는 것이 그리 마음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교통 문화에 대해 너무 회의적이었고 지하철이 편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의 닦달과 아이들의 성화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사실 어디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차가 없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마침 이름 있는 자동차 회사에서 ‘왕창 파격 세일’ 이란 이름을 걸고 승용차를 판매했기에 내친김에 구입을 했던 것이다. 일주일 간 도로 연수를 했지만 혼자서 차를 몰고 도로를 나선 김 교수는 긴장하지 않을 .. 2008. 10. 16.
K를 위한 변명 K를 위한 변명, 그 마을 모퉁이 작은 도서관 아마 이십년도 더 넘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 사건이 일어난 곳은 B라는 도시 근교의 작은 마을로 반쯤 도시화된 아직은 농촌의 풍경이 남아있던 곳이다. 그 곳은 묘하게도 삼각형의 지형을 하고 있었는데 그 꼭지점에 해당하는 지점들에 각각 동쪽으로는 도서관, 서쪽으로는 나이트 클럽, 그리고 북쪽으로는 은행이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그 도서관, 그 나이크 클럽, 그 은행이 가장 두드러진 이정표가 되었다. 도서관 옆 어디, 나이크 클럽 뒤쪽 어디, 은행에서 한 정거장 가서 어디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은 추억거리에서나 이야기 되는 지나간 시간 속에 남아있는 사실들이다. 현대식 도시가 되어버린 이곳에 이제는 도서관이 무려 20곳 , 은행이 100여 곳, 나이트 .. 2008.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