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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꽁트] 왕몬도씨 고자되다(3)

by 컴속의 나 2008. 3. 23.



왕몬도씨 고자되다(3)

똥개(?)는 없었다. 제법 잡초가 무성한 곳이라 비아그라 통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흩어졌을 알약들을 찾는 것은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할 일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잡초들을 몇 번 뒤적여보았지만 비만한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찾는 것을 중단해 버렸다. 그의 입에서 짜증 섞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비아그라를 혼자 처먹어. 보신탕 감으로는 정말 제격이겠군.”


지독한 구두쇠인 그가 그 비싼 알약들을 찾는 것을 단념한다는 것은 참으로 원통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구두쇠인 그에겐 쓰디쓴 경험이었다. 그는 잡초를 딛고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똥개는 어디에고 없었다. 그는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보았다. 애완견이 머리를 내밀고 주둥이 밖으로 혀를 내밀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빌어먹을 개새끼……’


그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아파트 동 앞 주차장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차를 타고 아파트 주위를 뒤져보려고 했다. 그 빌어먹을 놈의 똥개가 아직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사실 개였는지 고양인지도 정확치 않을 뿐더러 설령 개라고 하더라도 종(種)이나 생김새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개’를 죽이기로 작정했다. 비아그라를 그에게서 앗아간 저주받아 마땅한 ‘그 개’를 죽이기로 작정했다.


“지금 당장 잡아 배를 갈라보면 비아그라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동네 여기저기에서 억울한 개죽음을 당할 수 있는 개들이 생길 가능성을 의미했다. 그는 시동을 켜고 앞 차창을 통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여름의 폭염 때문인지 사람들의 모습은 드문드문 그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파트 앞 동 건물에 같은 간격을 두고 아가리처럼 뚫려있는 입구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었다. 오른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경비실에도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경비원은 더위에 지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경비실 옆의 테니스장에도 사람의 흔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차를 서서히 움직였다. 큰 도로 쪽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 테니스 코트장 앞에서 다시 우회전을 한 뒤 수퍼 앞에서 좌회전을 하면 20미터 앞으로 큰 도로가 나왔다. 그 큰 도로로 나가는 20미터 정도의 길은 골목이라 하기에는 넓고 도로라 하기에는 약간 좁은 길을 지나게 되는데 바로 그 양쪽으로 꽃다방, 빛나 이발소 등 제법 큼지막한 간판들을 내걸고 있는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길을 가로질러 좁은 골목들이 뻗어있었다. 그는 천천히 차를 몰면서 골목골목을 살폈다. 그러나 그 골목들에는 여름의 폭염만이 하품을 하고 있을 뿐 똥개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그는 두 번째 골목을 왼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양마담의 가게와 몇몇 식당들을 끝으로 주택가와 이어진 골목이었다. 그는 천천히 차를 몰았다. 작열하는 태양이 그의 동공을 때려왔다. 어떤 이유에선지 마치 똥개를 찾지 말라는 신호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이미 그의 분노는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동시에 짜증이 몰려왔다.


‘그 놈에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차를 타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홧김에 차를 몰았지만 큰길보다 더 많은 작은 골목들에는 눈길 한번 던질 수가 없었다. 좁은 골목을 앞에 두고 그는 차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기름 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 잡종 똥개’를 생각하며 분노로 이를 뿌득뿌득 갈았지만 그는 결국 양마담의 가게 맞은편에 차를 세우고 의자 뒤로 목을 젖혔다. 의자에 목을 잠시 젖히고 있는 사이에 수면의 여신이 그의 눈꺼풀에 키스하며 달콤한 오수를 즐기라고 유혹했다. 그 순간 그는 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그의 분노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달콤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개 두 마리를 보았다. 암놈은 석녀의 애완견이었고 수놈은 그가 어렴풋하게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잡종 똥개였다. 똥개는 암놈과 사랑을 나누면서 비아그라를 먹어대고 있었다. 안돼, 안돼! 그가 소리 지르며 잠에서 깨었지만 다시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에는 석녀와 격렬한 사랑을 나누기라도 하는 듯 희열에 찬 신음소리를 간간이 내뱉고 있었다. 그 만큼 문도씨는 단순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단순했기에 비아그라 한 통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소동을 벌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비극적인 일이 신기하게 일어난 것인지 신기한 일이 비극적으로 일어난 것인지 알 길이 없지만 그에게 닥친 비극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허망한 비극이었다. 결국 ‘비아그라’ 라는 정력제 한 통으로 벌어진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자고 있는 승용차를 골목을 지나던 청소차가 덮쳤으니 비아그라 한 통이 일으킨 사건치고는 가히 가공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지나가던 개 한 마리를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그의 승용차를 덮쳤으니 그의 개에 대한 저주가 개에 의해 응징을 당한 꼴이었다. 만약 그 개가 그가 비아그라를 먹었다고 막연히 추측하며 찾고 있던 바로 그 ‘잡종 똥개새끼’ 였다면 그 사고는 한 마리의 개에게 농락당한 한 인간의 비극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양마담이나 청소차 운전사의 진술에 의하면 그 개의 입에는 약통 같은 흰 프라스틱 통 하나가 물려져 있었다고 하니 비아그라와 문도씨와 그 개의 상관관계를 부인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정력제 한 통을 찾기 위해 나갔던 길이 고자가 되는 길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사고로 그는 성기를 절단하게 되었으니 정력의 최전방 기지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전략 기지의 상실이었다. 어떤 전투에서도 패할 수밖에 없는, 아니 전투에 참가할 수조차 없는 극한 상황에 빠져들고 만 것이었다. 정력의 확대를 삶 그 자체의 본질로 생각하던 그에게 성기의 절단은 곧 사형선고 와도 다름이 없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가 고자가 되고 난 뒤에도 석녀는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그에게 아양과 애교를 과장되게 떨어대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가 죽지 않은 것을 내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석녀는 더욱 더 구두쇠가 되어가는 문도씨를 포기하고 제비족 스왈로우 박과 떠났으며 석녀의 애완견은 어떤 개와 함께 야반도주를 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문도씨가 분노로 치떨던 ‘그 잡종 똥개새끼’ 인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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